<박근혜 무너지다>(메디치 펴냄). 미디어 전문매체인 <미디어 오늘> 정철운(31) 미디어팀장이 최근 펴낸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언론 보도의 막전 막후를 꼼꼼히 기록했다.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한게 10월26일이었죠. 그날 <조선일보>가 사설(부끄럽다)을 통해 사실상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어요. 그걸 읽고 이제는 (박근혜 정권도)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집필에 들어갔다.
“87년 6월 항쟁과 이번 촛불엔 차이가 있어요. 87년엔 저항의 동력이 투쟁하는 시민이었죠. 이번은 투쟁의 원동력이 언론이었어요. 지난 9월20일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한겨레> 단독보도와 10월24일 <제이티비시> 태블릿 보도가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이었죠.”
물론 언론의 분투 뒤엔 시민의 힘이 컸다. 그는 10월7일 김형민 피디가 제안한 ‘#그런데 최순실은?’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때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일부 매체만 적극적으로 최순실 보도를 이어가고 있었다. 김 피디의 제안은 인터넷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고 이런 민심의 변화는 미적거리던 다른 언론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한겨레>, <제이티비시>, <티브이조선> 등이 취재경쟁을 펼친 것을 두고 ‘국공합작’이란 표현까지 썼다. 일본의 총칼 앞에서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손잡은 것에 비유한 것이다.
세월호 사태 때 한국 언론은 ‘기레기’란 오명을 썼다. 2년이 지났다. 희망을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기레기 비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보수언론이 지금 박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향후 촛불 민심에 대한 보도 등을 통해 누가 진짜 기레기인지 분명히 드러날 겁니다.”
한국언론에서 희망을 보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신문은 지면을 돈과 바꿔먹고 있습니다. 기사형 광고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법을 만들어 규제를 해야 합니다. 방송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이 가장 시급합니다. 방송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종편의 미래를 두고는 “황금채널 부여나 의무전송과 같은 특혜만 없애도 공정한 시장 경쟁에서 종편 4곳 가운데 2개는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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