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유포죄·후보자비방죄
오픈넷, 판결문 1569건 전수조사
대선 80~90%, 교육감 선거 100%
보수진영 비판에 기소·처벌 쏠려
“표현의 자유 훼손… 법 적용도 늘어”
오픈넷, 판결문 1569건 전수조사
대선 80~90%, 교육감 선거 100%
보수진영 비판에 기소·처벌 쏠려
“표현의 자유 훼손… 법 적용도 늘어”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는 허위사실유포죄·후보자비방죄가 보수정당 후보에 대한 비판에 집중적으로 적용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선거 관련 법제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는데, 제도의 운영에서 극심한 정치적 편향성까지 드러난 것이다.
정보인권단체인 ‘오픈넷’은 14일 ‘1995년~2015년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종성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와 박경신 오픈넷 이사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치러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 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나온 허위사실공표죄·후보자비방죄 관련 판결문 1569건을 전수조사한 연구다.
연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죄·후보자비방죄 혐의로 기소할 때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허위사실공표죄는 전체 판결 145건 가운데 131건(90.3%), 후보자비방죄는 320건 가운데 257건(80.3%)이 보수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경우였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전체 16건 가운데 100%인 16건이 보수정당(새누리당)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된 경우였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보수정당과 기타 정당 후보의 비율이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2012년 대선 때 허위사실공표죄·후보자비방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받은 사례의 86.4%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공격한 경우였다. 2007년 대선 때에는 야당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를 공격한 이들이 여당의 정동영 후보와 경선 후보들을 공격한 이들보다 더 많이 기소됐다. 2002년 대선 때에는 여당의 노무현 후보를 공격한 이들이 야당의 이회창 후보를 공격한 이들보다 더 많이 기소됐다. 보고서는 “결국 검찰은 항상 대통령 당선자를 공격한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기소하는 경향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와 유사하면서도 형량이 훨씬 높아, 선거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옥죄어왔으며, 실제 법 적용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소위 ‘흑색선전’ 사범은 전체 선거 사범 가운데 15% 미만이었으나, 제18대(2008)에는 20.1%, 제19대(2012)에는 25.3%, 제20대(2016)에는 35.5%로 늘어났다. 반면 “일본과 대만의 경우 선거법에 후보자비방죄는 존재하지 않으며, 허위사실공표죄 기소 인원 수도 각각 0.1%, 3.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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