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사는 <한겨레> 창간 독자 김종채·고복순씨 부부가 2남3녀 자녀와 7명의 손주와 함께 2013년 12월 서울 목동의 둘째딸네에서 송년 모임을 한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태어난 막내아들네 쌍둥이 형제 김지훈·지한군. 사진 김한태씨 제공
“최근에 손주들에게 <한겨레> 주식을 선물하셨다죠? 손주를 몇명이나 두셨어요?” “2남3녀 5남매에 손주가 9명인데 모두 <한겨레> 주주가 됐어요. 막내아들네 5개월 된 쌍둥이 형제가 아마도 최연소 주주일 겁니다. ㅎㅎ”
지난달 22일 한겨레신문사 주주서비스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식을 약정한 김종채(81)씨는 반갑게 손주들 자랑(?)을 했다. 손주들에게 주식을 사준 이유를 묻자 그는 뜻밖에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고 답했다.
“1988년 5월 <한겨레> 창간 때부터 지금껏 신문을 보고 있는 애독자입니다. 애초 87년 6월항쟁의 민주화 열기를 타고 <한겨레>가 탄생하는 과정도 관심있게 지켜봤지요. 하지만 공립학교 교사 신분이다 보니 초기에 주식을 살 기회를 놓쳐 늘 아쉬웠어요.”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광역시 금호동에 살고 있는 그는 59년부터 중·고교에서 40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다 지난 99년 명예퇴직을 했다고 한다. “언제든지 주식을 사고 싶어서 대기하다 96년쯤이었나, 첫손주인 외손녀에게 생일 선물로 주식을 사준 게 시작이네요.” 그는 2005년 <한겨레>가 ‘제2 창간 캠페인’에 나서자 큰아들네 두 손자에게도 주식을 선물했다. 이번엔 막내아들 손주 2명, 둘째 셋째 딸네 초·중·고생 손주 3명 이름으로 주식을 약정했다.
“지난 10월초부터 <한겨레>가 미르재단 비리를 시작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뚝심있게 파헤치는 것을 보면서 응원을 해줄 방법을 찾다가 소액이나마 힘을 보태게 됐지요.”
김씨는 “솔직히 창간 초기엔 ‘논조가 다소 과격하고 편파적’이라고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선뜻 주변에 <한겨레> 구독을 권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한국 사회의 개혁을 선도하는 진보언론으로서 위상이 분명한 만큼 더 많은 독자와 주주가 힘을 모아 여론을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정작 자신의 사연을 신문에 소개하는 건 한사코 사양했다. “나 같은 주주나 독자들이 많을 텐데 특별한 얘깃거리가 되겄습니까? 금액도 보잘것없는데…. 소문나면 부끄럽고요.”
애초 몇차례나 완곡하게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는 “쌍둥이 손주들에게 ‘최연소 주주’ 기사가 뜻깊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마지못해 동의를 했다. 경기도에 사는 막내아들 한태(41)씨는 “학생 시절부터 집에서 늘 신문만이 아니라 잡지도 구독해온 한겨레 가족”이라며 늦둥이로 얻은 쌍둥이에게 탄생 선물로 주식을 사주는 데 기꺼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겨레>에 바라는 한마디를 요청하자 김씨는 손주들에게 주식을 선물한 진짜 이유를 털어놓았다. “우리 아이들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희망합니다. 그 믿음을 <한겨레>의 미래에 담았습니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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