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신부(예수회)가 20일 오전 <한겨레>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예수회 소속인 박상훈(56·사진) 신부는 최근 한겨레신문사 주주가 됐다. 100주로 액면가 50만원어치를 샀다. 그가 매달 교단에서 받는 보수가 100만원가량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읽을 만한 신문이 없던 시절이어서 새 신문이 반가웠지요. 그때 마음은 있었지만 주식을 사진 못했어요. 28년 만에 ‘한겨레’ 주주가 됐네요.” 그는 지난해 한겨레 주주독자모임인 ‘한겨레 온’에 참여한 뒤 이번에 주식까지 샀다.
성균관대 불문과 80학번인 박 신부는 91년 예수회에 입회한 뒤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년 뒤 미국 유학을 떠나 2013년 귀국했다. 미국에선 정치철학과 교육철학을 공부했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서강대 교목을 지냈고 지금은 서강대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에서 만든 학교인 ‘정의평화창조보전 양성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유학 중에도 늘 ‘한겨레’ 기사를 봤어요. 지금 머물고 있는 수도원에서도 ‘한겨레’를 구독하고 있고요.” 왜 ‘한겨레일까? “대중매체는 신실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잘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국 언론을 보면 기사화 과정에서 정보들이 굉장히 굴절되고 왜곡됩니다. ‘한겨레’는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88년 창간때 대학원생으로 ‘새신문’ 반겨
예수회 사제되어 서강대 교목도 지내
“유학중에도 수도원에서도 열독했죠”
‘정보왜곡’ 심한 한국 언론 환경 속에서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한겨레’ 돋보여
“멀티미디어 투자해 젊은 독자와 소통을”
박상훈 신부(예수회)가 20일 오전 <한겨레>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말의 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말이 오용되면 공통의 삶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는 프린스턴대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의 저서 <개소리(bullshit)에 대하여>를 거론했다. “(저자에 따르면)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 숨기는 게 거짓말이라면, 개소리는 참과 거짓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이익을 좇아 떠드는 말입니다. 요즘 대학이나 종교·언론계에 만연해 있어요.” ‘개소리’가 득세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좋은 삶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종편’(방송)의 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실상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종편’의 해석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과 서강대 철학과 대학원 시절 5년 동안 야학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박 신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놀랍다”고 했다. “고급 관료나 법 전문가들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잘못된 지시에) 순종했어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죠.” 그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학교나 가정 같은 제도 안에서 배우지 못하고 주로 광장에서 배웠다”며 “삶의 내실로서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겨레’에 대한 고언을 요청했다. “어떤 때는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비디오 영상 같은 멀티미디어에 투자를 더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젊은 독자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