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기자 셋, 동영상 만들어 호소
“고개 들 수 없다”며 보도 참사 반성
책임자 사퇴·해직기자 복귀 촉구
KBS 양대노조, 대국민 사과 등 요구
경영진 불이행 땐 총파업 돌입 예고
“고개 들 수 없다”며 보도 참사 반성
책임자 사퇴·해직기자 복귀 촉구
KBS 양대노조, 대국민 사과 등 요구
경영진 불이행 땐 총파업 돌입 예고
<문화방송>(MBC)에서 입사 3년차인 ‘막내’ 기자들까지 ‘보도 참사’ 책임자의 사퇴와 해직·징계 기자들의 복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방송>(KBS)은 연말에 보도본부장 등 일부 책임자를 교체했으나, 노조들은 “‘겉치레’ 인사로 사태를 모면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경영진·간부들이 안팎의 비판에도 꿈쩍 않는 것과 반비례하듯 근본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가는 모양새다.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등 문화방송 기자 3명은 지난 4일 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엠비시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렸다. 4분이 채 못 되는 이 영상은, 제목 그대로 문화방송의 보도에 대해 막내 기자로서 반성하고 시청자들에게 더 채찍질을 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명의 기자는 2013년 12월에 입사해 기자로 일한 지 3년이 되었으나, 문화방송이 그 뒤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아직 ‘막내’다.
영상은 광화문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문화방송 중계차를 둘러싸고 ‘엠비시’를 비하하는 말을 구호로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당시 중계차 위에 있던 기자라고 소개한 곽동건 기자는 문화방송 보도가 촛불집회로 드러난 민심을 얼마나 외면했는지, 그리고 취재 현장에서 문화방송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만나며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말한다. “마이크 태그조차 달지 못했고 실내에 숨어서 중계하기도 했다”, “취재 현장에서 ‘짖어봐’, ‘부끄럽지 않냐’고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정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덕영 기자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증거가 된 최순실씨 소유 추정 태블릿피시에 대한 최근 문화방송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10월 “태블릿피시, 최순실이 쓰다가 버린 것 맞다”란 단독 보도를 내놓은 바 있으나, 최근 들어 태블릿피시의 입수 경위와 실소유주 의혹 논란을 잇따라 보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기자는 “스스로 ‘최순실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다시 ‘의심된다’고 수차례 번복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저희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 시청률이 2%대에 접어들었는데도 간부들은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말한다”며 보도국 내부의 왜곡된 현실 인식도 비판했다.
전예지 기자는 현재 문화방송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됐는지 짚었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사랑했던 엠비시의 모습은 황우석 논문 조작을 파헤치고 특권층의 반칙과 편법을 포착하고 정부 정책을 앞서 비판하는” 등의 모습이었는데, 당시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012년 공정방송 쟁취 투쟁으로, “5명의 기자가 해고됐고 50명 넘는 기자가 마이크를 놓았으며, 회사 전체로는 200여명이 업무와 상관없는 곳으로 발령나 109명이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 기자는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혼내셔도 좋다. 일선에서 취재한 우리 막내 기자를 탓하셔도 좋다. 다만 엠비시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했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엠비시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영상 말미의 자막에는 “‘보도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 해직·징계 기자의 복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보도 참사’가 불거진 뒤 문화방송 내부 구성원들은 지속적으로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여왔고, 지난달 28일에는 기자 80여명이 손팻말·펼침막 시위에 참여한 바 있다. ‘보도 참사’로 문화방송 못지않게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 한국방송은 지난 연말 보도본부장, 제작기술본부장, 시청자본부장 등 3명의 본부장을 교체했다. 앞서 한국방송의 양대 노조는 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이들 3명의 해임을 경영진에 요구해온 바 있다. 그러나 양대 노조는 4일 성명을 내어, 이번 인사가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겉치레’ 인사로 사태를 모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임 이선재 보도본부장 인사에 대해 “이명박 정권 하반기에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현 사장과 함께 보도국장을 맡아 불공정 보도 작태로 일관해온 인물”, “‘보도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최순실과 친박 일당들을 비호하는 뉴스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등으로 혹평했다.
양대 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신임투표 결과를 인사에 반영할 것”, “‘보도 참사’의 책임을 물어 보도 책임자들을 교체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이 이를 오는 15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전면적 쟁의 행위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지난 4일 <문화방송> ‘막내’ 기자들이 ‘보도 참사’를 반성하고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왼쪽부터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