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우 전 홍보수석의 ‘언론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임명에 최순실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나온 뒤로, 김 전 수석의 ‘언론농단’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에스비에스 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스비에스 출신인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한 최순실 일당의 에스비에스 보도 농단 의혹에 대해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 착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가감없이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김 전 수석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사정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하라”고도 촉구했다.
앞선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014년말~2015년초 최순실씨가 김 전 수석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아느냐고 물어봤고, 직접 만나서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수석은 에스비에스에서 보도국장, 기획본부장 등을 지냈고, 2015년 2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된 바 있다.
김 전 수석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 개입’ 의혹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2015년 6월에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다뤘던 <국민일보>의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그 뒤 대부분의 종합일간지에 모두 게재된 정부광고가 국민일보에만 빠지면서 ‘광고 탄압’ 논란이 일었다. 2015년 11월 <한국방송>(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김 전 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방송 이사 2명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이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인호 이사장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김 전 수석의 의견도 들었으나, 특정인을 임명제청하는 것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언론단체들은 김 전 수석을 박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10월초 김 전 수석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중국에 머물던 차씨와 미리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져, “증거 인멸과 입 맞추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에스비에스 노조는 “김 전 수석의 홍보수석 임명 뒤 벌어진 에스비에스의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권력 편향 보도와 ‘땡박뉴스’가 결국 최순실의 입김 아래 놀아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이번 차씨의 증언으로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김 전 수석의 영향력은 당시 최고 경영진부터 말단 취재기자까지 여과 없이 전달됐고 결과적으로 보도책임자들과 경영진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행위를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포장하고 검증 없는 추종보도로 옹호하는 데 혈안에 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조는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가감없이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일보 보도 개입과 한국방송 사장 선임 개입 의혹, 국정농단 관련 증거 인멸 시도 의혹 등으로 고발된 김 전 수석에 대해 사정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앞선 24일 성명을 내고 “이제라도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언론 탄압의 무당춤을 춘 김 전 수석을 비롯한 언론 부역자들의 적폐를 청산해야 공정 언론을 되찾을 수 있다”며 ‘언론농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특검과 국회가 나서라고 주문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2015년 연합뉴스·와이티엔·한국방송·교육방송 사장과 한국방송·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줄줄이 앞두고 있던 시점에 ‘비선실세’가 청와대 홍보수석 인사에 개입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언론농단’이 이어졌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며 특검의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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