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규모 경력직 채용 계획을 밝힌 MBC. MBC 누리집 갈무리
정권 비판에 침묵해온 공영방송을 개혁하라는 요구가 높은 가운데 <문화방송>(MBC)이 대규모 경력직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에 일방적인 옛 체제에 기댄 새 사장 선임에 발맞춰 문화방송을 “극소수 극우 세력과 박근혜 체제의 보루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다 ‘업무배제’된 문화방송의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100여명은 아직도 원래 업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방송은 지난 20일 자사 누리집 등을 통해 방송경영, 피디·기자, 방송기술·제작카메라, 사업 등 각 부문별로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 인원은 40여명이며, 기존 계약직 사원의 일반직 전환까지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60명 안팎이다. 드라마 조연출, 예능 조연출, 아나운서 등의 부문에서도 계약직 채용 계획을 밝혔다. 2012년 파업 당시 경영진이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시용·경력 기자들을 대거 채용했던 이후로 최대 규모의 채용이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난데없이 엄청난 규모의 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앞으로 3년 동안 엠비시를 극소수 극우 세력과 박근혜 체제의 보루로 삼아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문화방송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국회에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음에도 오는 23일 새 문화방송 사장 선임을 강행하고 있어 언론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영방송 파행에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 권재홍 문화방송 부사장, 김장겸 문화방송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엠비시 사장 등 3명이 사장 후보다.
문화방송은 2012년 파업 이후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원래 직종과 관계없는 자리로 보냈고, 그 자리를 경력 기자들로 채워넣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조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기자 55명, 피디 32명, 아나운서 11명 등 모두 109명이 원래 업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업 이후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하고 경력 채용만 실시하는 등 구성원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같은 경영진의 의도는 지난해초 공개된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의 “(경력직 채용 때) 인사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가지 다 봤다”, “피디는 프로그램 다 배제시켰다” 등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노조는 “인력 수급 조사는 단 며칠만에 졸속으로 진행됐고, 심지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했는데도 무조건 인력을 채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부서도 있다”고 지적하고, “밀실, 졸속 채용을 즉각 취소하고 해직자와 부당전보 대상자들을 복귀시키라는 법원 판결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방문진에 대해서는 “박근혜 체제 연장책인 엠비시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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