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이 담긴 ‘백종문 녹취록’은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드러내는 자료로 평가받아왔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언론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김장겸 <문화방송>(MBC) 새 사장 선임을 강행했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문화방송 새 이사 7명도 선임했다. “최승호·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이 담긴 ‘백종문 녹취록’의 주인공인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방문진은 27일 오후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반대의 뜻을 밝히며 불참한 뒤 여당 추천 이사 6명만 참여한 가운데 문화방송 새 이사 7명을 결정하고, 이어 연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지난주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새 사장을 뽑은 데 이은 후속 인사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해초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이사가 됐다. ‘백종문 녹취록’은 증거 없는 해고, 업무배제 등 2012년 노조 파업 이후 문화방송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실체를 보여주는 근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백 새 부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고발 조처된 상태이며,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엠비시 청문회’의 핵심 증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김장겸 새 사장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의 주역으로 꼽혔던 최기화 보도국장이 기획본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대체로 ‘김재철-안광한’ 체제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새 이사로 결정됐다.
이날 방문진은 그밖에도 문화방송 지역사와 관계사 임원 선임을 논의했는데, 권재홍 부사장이 엠비시플러스미디어 사장으로 내정되는 등 이 역시 큰 틀에서 ‘김재철-안광한’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노조)는 이날 방문진이 있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방문진의 임원 선임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재철 체제 이후 공영방송 엠비시를 정권과 극우 세력의 선전 매체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장본인들이 또다시 요직을 전리품처럼 나눠 가진 최악의 돌려막기 인사”라며, “구성원들은 신임 김장겸 사장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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