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다룬 지난 3월6일치 KBS <뉴스9> 방송. KBS 화면 갈무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이 자사 메인뉴스에서 특검의 수사 결과를 단 한 꼭지의 리포트로 보도해,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 내용 등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특검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 3월6일, 한국방송은 <뉴스9>에서 관련 뉴스를 8번째 꼭지로 다루고 이어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실었다. 문화방송 <뉴스데스크>도 특검 수사 결과를 10번째 꼭지, 박 대통령의 입장을 11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같은 지상파 방송인 <에스비에스>가 특검 수사 결과를 머릿기사를 포함한 세 꼭지로, 박 대통령의 반론을 한 꼭지로 다룬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보도 태도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와 문화방송본부(문화방송 노조)는 각각 성명과 보고서를 내어 자사의 보도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새노조는 “삼성 총수를 구속하고 현직 대통령의 수백억 수뢰 혐의를 파헤친 미증유의 수사 결과를 달랑 리포트 하나로 처리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 비호 보도를 노골화하던 케이비에스 뉴스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회사가 중대한 뉴스를 한 꼭지로 무리하게 처리하느라 꼭 들어갔어야 할 내용이 죄다 빠졌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동원 친박 단체 68억원 지원’, ‘박근혜와 최순실이 573차례 통화’, ‘문체부·하나은행 등의 인사 불법 개입’ 등 특검 수사로 밝혀진 국정농단의 구체적인 실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노조는 “국정농단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는 특검 수사 결과의 핵심 메시지를 지워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다룬 지난 3월6일치 MBC <뉴스데스크> 방송. MBC 화면 갈무리
이날 특검 수사 결과 대신 한국방송 <뉴스9>이 집중한 이슈는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였다. 톱뉴스를 포함해 모두 8꼭지를 내보냈다. 새노조는 “난데없는 핵무기 해설 꼭지들을 5분30초가 넘도록 이어붙이는 등 당장 핵전쟁이 일어날 듯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기화로 안보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시커먼 속이 너무 뻔히 들여다보인다”고 비판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 특보를 통해 자사의 보도 태도를 분석, 비판했다. 특검 수사 결과를 보면 7가지 주요 사건에 얽힌 박 대통령의 혐의만 총 14가지였는데, 리포트 한 꼭지로는 이를 다 담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보는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삼성의 합병 과정을 포함해 단 석 줄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단 두 줄로 처리하는 등 전체 10개 문장, 1분36초로 특검의 수사 결과를 요약했다. 우병우 전 수석과 정유라 입시 비리 등 검찰로 이관된 사건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리포트에 뒤이어 박 대통령의 해명 리포트가 나왔는데, “특검 수사 결과를 부실하게 다루다보니, 앞에서 다루지도 않은 내용(‘경제공동체’)에 대한 해명이 들어가는 등 기사의 기초 요건도 갖추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고도 지적했다.
문화방송에서도 특검 수사 결과를 밀어낸 것은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였다. 톱뉴스 포함해 모두 9꼭지가 방송됐는데, 큰 틀에서 한국방송의 보도 태도와 비슷했다. 특보는 “박 정권에 장악된 양대 공영방송만 비슷한 편집을 보여준다는 것은 유무형의 보도지침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특검에 쏠린 시청자의 관심을 ‘북풍’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방송뉴스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특검 수사 결과를 외면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만 집중한 두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6일치 방송분에 대한 민언련의 집계를 보면, 특검 수사 결과를 포함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한국방송은 5건, 문화방송은 3건의 리포트를 내보냈으나, 에스비에스는 9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경우 <제이티비시>가 21건, <티브이조선>이 11건, <채널에이>는 7건, <엠비엔>은 10건이었다. 특검 수사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10여가지 혐의들 가운데 두 공영방송이 보도한 것은 삼성으로부터의 뇌물 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비선 의료진 미용 시술, 최태민 일가 재산 2730억원 규모 확인 등 4가지에 불과했다. 반면 특검 수사를 반박하는 대통령의 입장은, 한국방송이 6가지, 문화방송이 7가지 내용으로 구구절절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공영방송이 ‘기계적인 중립’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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