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동성애 혐오 발언을 게재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KBS 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13일 밤 자사 뉴스를 공개하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현역 군인 30여명이 부대 안팎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한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보냈다. KBS 뉴스는 장교와 부사관, 사병 등 32명이 혐의와 관련되어 있다며 ‘현역 군인이 동성 간 성관계나 추행을 하면 징역 2년 이하에 처한다’는 군 형법 92조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수사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한 가운데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육군은 앞으로도 동성 간 성관계 등 군 기강 문란행위에 대해 법과 규정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해나갈 방침”이라는 육군 관계자 발언도 보도됐다.
KBS 페이스북 페이지는 애초 이 뉴스를 게재하면서 “포르노 영화 찍냐?”라는 피드문을 내보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이 “드럽지도 않냐”, “군대 미쳤다. 또라이들 너무 많구나”,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군대를 갔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등의 동성애 혐오 댓글을 올리자 KBS 페이스북 관리자도 “우웩”, “직업군인이 많다는 점이 참”, “저희도 이해가 안 갑니다. 어리둥절” 등으로 혐오 발언에 동조하는 답변을 게재했다.
누리꾼들은 거세게 비판했다. ‘주**’은 해당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에서 “KBS는 국영방송 아닌가. 군 형법 92조는 지금도 많은 논란이 있는 법이고, 성관계가 강제로 이뤄졌다거나 성폭력이었다는 사실은 아직 없는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옹호 댓글을 남기고 있다”며 “혐오 조장 KBS”라고 비판했다. 단, KBS는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이다. ‘이**’는 “당신들이 이러고도 국영방송이냐.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공영방송이 사회적 약자를 조롱과 놀림거리로 삼는 게 할 일인가”라고 했다. ‘박**’는 “남성 동성애자는 본인의 선택과 관계없이 강제로 군대에 징집된다”며 “이성과의 성관계에 관한 규정은 없으면서 동성과의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를 제재하는 군 형법이 인권에 반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보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포르노 영화? 지금 더러운 게 당신인지 아니면 당신이 조롱한 사람들인지 잘 생각해보라”라고 지적했다.
이에 KBS 페이스북은 14일 새벽 해당 게시물 피드문을 고치고 댓글을 삭제한 뒤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렸다. KBS는 사과문에서 “부적절한 멘션과 댓글을 작성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글을 작성한 담당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주의 및 경고하겠으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논란이 된 글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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