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센터에서 마크 릿손 교수가 “미디어는 초점을 광고에서 구독과 뉴스 유료화로 옮겨야 한다”고 세계에서 모인 언론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2017 INMA 세계총회 5월 22~23일 뉴욕서 개최
세계적 관광지이자 전 세계의 사람이 모여 있는 ‘세계의 수도’이자 ‘빅애플’, 이따금 ‘고담 시티’를 떠올리게 하는 뉴욕은 다양한 언론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 격전지다.
지난 5월 21~22일 뉴욕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의 지원을 받아 다녀왔다.
이번 총회는 특별한 공통의 주제 없이 각 세션별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구독, 수익 다각화, 가짜뉴스, 광고 등 다양한 아젠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세계 미디어들도 광고와 구독 매출이 줄고 거대 플랫폼에 잠식당한 상황을 벗어날 다양한 고민과 실험들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올 초 제일기획이 발표한 ‘대한민국 총 광고비 2016년 결산 및 2017년 전망’에 따르면 지난 해 광고시장은 정치적 불안과 경기 침체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때 지상파TV와 인쇄 매체 광고비 집행은 감소했으나 모바일광고는 36%의 성장률을 보였다. 인쇄매체는 줄고 모바일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2010년 대 이후 익숙한 풍경이다. 구독료보다 광고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신문사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고 말고 구독에 집중하라고?
이 흐름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마크 릿손 호주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 교수 겸 싱가포르 경영대학 방문교수는 광고가 실패한 이유와 성공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그의 답은? 신문사들이 디지털의 영향을 얕잡아봐서 현재와 같으며 광고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이니 “초점을 광고에서 구독과 ‘뉴스 유료화’(paywall, ‘지불장벽’으로도 쓰임)로 옮겨야 한다”고 한다. 결코 예전과 같은 광고 수익은 얻을 수 없으니 쓸 데 없는 지출이나 투자를 줄이라고도 말한다.
뉴스 유료화의 성공사례: 뉴욕 타임스, 빌트, 월 스트리트 저널
릿손의 주장 외에도 ‘뉴스 유료화’는 이번 INMA 총회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 해외 언론사들 역시 종이 신문과 광고 수익이 줄자 디지털 구독과 유료화에서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유료화 모델은 종량제(metered), 프리미엄(Freemium), 완전 유료화로 나뉜다. 종량제는 무료 기사 건수에 제한을 두고 그 이상의 기사를 읽으려면 유료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뉴욕 타임스>가 성공적 사례다. 독일 <빌트>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이고 프리미엄 뉴스는 유료인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분데리스가 축구 하이라이트를 판매하며 유료화를 안착시켰는데 현재 유료구독자가 35만3천명에 이른다.
일찌감치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한 <월 스트리트 저널>은 완전 유료화의 성공적인 사례다. 현재 디지털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고 이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전체 구독료 수입의 절반에 이른다. 게다가 2016년에는 구독료와 광고 수익이 6 대 4로 역전했다. 세계 언론과 학자가 ‘디지털 구독과 유료화’에 답을 찾는 이유가 분명했다.
하지만 세계 미디어들이 채택한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답은 쉽지 않다. 한국 신문사들은 일찍부터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 제공을 쉽게 허락했고 독자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콘텐츠를 보는 문화가 일찍부터 정착이 됐다. ‘지불 장벽’ 전에 ‘포털 장벽’이 놓인 이 구조를 한 언론사의 힘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릿손이 말한 대로 언론사의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면 구독료보다 광고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신문사야 말로 하루 빨리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작업이 중요해 보인다.
한겨레 김선영 flea@hani.co.kr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2월에 발표한 <2016 신문산업 실태조사>에서 보면 종이신문사업의 매출 구조가 광고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크 릿손 교수는 모건 스탠리에서 발표한 호주 내 광고 지출 비중 추이 차트를 보여주며 이 추세는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릿손 교수 발표 자료 갈무리.
토비아스 헤닝(Tobias Henning) 유료화 총괄 책임자가 유료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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