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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언론사가 레시피를 파는 이유 / 정재민

등록 2017-06-08 12:03수정 2017-06-08 21:13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장

국가안보와 테러, 북한의 핵 위협,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 2017년 6월 현재 <뉴욕타임스>가 다루는 주요 이슈들이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오랜 시간동안 가장 빈번하게 검색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답은 뜬금없지만 치킨이다. 닭! 무시무시한 기사들로 도배가 돼도 오늘 저녁은 먹어야한다. 미국인들이 연간 소비하는 닭은 80억마리다.

지난 3년간 뉴욕타임스는 ‘뉴욕타임스 쿠킹’ 앱과 웹에서 요리 레시피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월 1천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레시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지불의사가 있고, 이용자는 확보됐으니 수확에 나설 시기라는 판단이 섰다. 뉴욕타임스는 뉴스와 크로스워드 퍼즐 유료화에 이어 세 번째 유료화를 단행했다. 세 번째는 요리다. 1만7천개에 달하는 레시피와 요리 기사는 공짜지만 개인화된 기능인 ‘당신의 레시피 상자’에는 요금을 부과한다.

<뉴욕타임스>의 요리 콘텐츠 페이지. 검색어를 입력하면 조리법을 알려주는데, 개인화된 ‘당신의 레시피 상자’를 이용하면 요금을 부과한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의 요리 콘텐츠 페이지. 검색어를 입력하면 조리법을 알려주는데, 개인화된 ‘당신의 레시피 상자’를 이용하면 요금을 부과한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유료구독 우선’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한 뉴욕타임스는 2017년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디지털 구독자가 30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구독자 수입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0% 증가한 7600만 달러다. 종이신문 광고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은 5% 증가했다. 트럼프가 뉴욕타임스를 가짜뉴스라고 헐뜯어 생긴 반사 이익도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광고 대신 유료 구독자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20년 전 매출의 27%를 차지했던 구독 수입은 61%까지 늘어났다.

지난 4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디지털미디어 유럽 2017’에서도 첫 번째 화두는 유료화였다. 유럽의 신문들도 디지털 유료 독자 확보의 돌파구를 열었고, 구독자가 증가하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공급한다는데 있다. 심층기사든, 지역뉴스든, 전자책 서비스든, 무료 콘텐츠와 비교해 질적인 면에서 우월하고 차별적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 이용자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도 중요하다. 또한 유료 구독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기팅과 서비스 전략은 부가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열린다.

미국과 유럽 신문사 매출의 공통점은 광고수입 하락이다. 종이신문 광고뿐만 아니라 디지털 광고에서도 단순 노출 광고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결국 콘텐츠 유료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그들의 시도에서 배워야 할 점은 유료화의 방식이 아니라 유료화의 내용이다. 유료화는 차별화된 콘텐츠의 부산물이다. 차별화는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심층적이고 해석적인’, ‘정보가 되는’, ‘실용적인’ 등 상호중첩되지만 다양한 의미로 접근가능하다. 차별화된 콘텐츠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종이신문 우선 경영의 안대를 벗어 던지지 않고서 콘텐츠 혁신은 불가능하고 미래도 없다. ‘어떻게’ 유료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무엇을’ 유료화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3년간 왜 요리 레시피에 공을 들였을까 우리 언론사들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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