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가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언론장악 의혹 등의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과거 모든 정권이 주인 없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 탐냈던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부분을 적폐라고 단정해 놓고,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아니,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 심각하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사실, 제도적 차원에서 공영방송의 사장·이사장 선임 방식은 정부·여당에 유리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공영방송 코드인사’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언론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지금 자유한국당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은 △언론사에 검경 투입 △언론사 사찰 △보도·인사 개입 의혹 등 그 정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근 이런 의혹들을 정리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라고 정치권과 검찰에 촉구하고 나섰다.
■ 2009년 국무총리실 사찰 문건 중 한국방송·문화방송·와이티엔 관련 의혹
2009년 작성된 ‘한국방송 최근 동향 보고’, ‘와이티엔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등의 문건에서, 청와대가 공영언론 사장과 노동조합 움직임을 기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와이티엔의 경우 배석규 당시 사장 직무대행의 평가로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은 해임 또는 보직 변경 등 인사 조치’, ‘신임 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와이티엔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란 부분이 포함됐다. 배씨는 문건 작성 한 달 뒤 와이티엔 사장으로 선임됐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한국방송 보도·인사 개입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작성한 비망록에 의하면, 이정현 전 수석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한국방송을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등 편집에 개입하려고 했다. 언론노조가 지난해 검찰에 이 전 수석과 길환영 전 한국방송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드러난 언론 장악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2014년 정윤회 등 비선실세 의혹을 보도한 <일요신문>, <시사저널> 내사 지시 △2014년 와이티엔 해고자 복직 관련 대법원 선고 이후 와이티엔 동향을 지켜보라는 지시 △2014년 한국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관련 개입 암시 지시 △2014년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적 관련 칼럼 대응 지시 △2014년 ‘정윤회 문건’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 관련 대응 방안 지시 등이 기록되어 있다.
김효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