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우리나라에서 종이신문 일일 발행부수는 얼마나 될까? 발행부수를 제대로 밝히는 신문사가 많지 않고 그나마 부실한 조사가 대부분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제지공업연합회 소속 4개 신문용지 회사가 2015년 공급한 인쇄용지는 약 60만톤으로, 일간신문 기준으로 일일 28쪽씩 약 1500만부를 발행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15년도 기준으로 일간신문과 주간신문은 총 1447개였지만, 이 가운데 한국에이비시(ABC)협회가 실시하는 발행부수공사에 참여하는 신문사는 936개사였다. 협회가 2016년 조사한 일간신문 161개사의 총 발행부수는 974만6698부로 이 가운데 41.2%인 401만2467부를 상위 3사가 차지했다. 쉽게 말해 제호는 많지만 과점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문 구독률이 전체적으로 14.3%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이신문의 미래는 더 오래 두고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선호하는 소수의 독자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기사를 한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뉴스포털 이용률은 73.7%로 꾸준히 증가세다. 종이신문 구독률과 인터넷 이용률을 합산한 결합열독률이 79.5%라 하지만 독자들이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에서 읽는 기사의 유형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뉴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에서도 상위 2개사의 뉴스포털 이용 점유율은 90%를 넘어선다. 종이신문이든 포털이든 독과점이 심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독과점을 인위적으로 수정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이 인수합병이나 불공정한 행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억제해야 하지만, 자연적인 성장을 규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 때가 많다. 혁신과 투자를 통해 성장한 기업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대상이 의식주라면 자연적 성장은 권장하고 인위적 성장만 규제할 수 있지만, 다양한 여론 형성을 보장해야 하는 언론 영역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독일제국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은 1928년 총선에서 2.6%의 지지만 받은 소수정당이었지만, 자연 성장을 통해 1933년에는 43.9%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 그 후 12년간 전 세계는 지옥을 경험했다. 이 자연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집단이 언론이다. 편향적인 시각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조작하고 상징을 만들어 소비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했다. 변화를 거부하고 더러운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글쟁이였다. 그래서 여론시장에서 독과점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취임과 더불어 지난 9년간 유명무실해졌던 신문고시 위반 단속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신문지국과 일부 신문사 판매국의 불공정 행위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뉴스 유통에서의 불공정 행위와 포털의 우월적 지위 남용, 신문 발행부수 허위기재를 통한 부당한 이익편취에 이르기까지 자유시장 경제를 옥죄는 온갖 부정한 행위가 사라지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뉴스저작자의 권리보호 강화와 유사언론행위를 통해 부정청탁과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의 단속에 이르기까지 불공정하고 편법이 지배했던 신문시장의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좋은 혁신도 쓰레기장에서는 빛날 수 없다. 언론의 공정보도를 기대하듯 정부도 공정한 경쟁 보장을 통해 여론 다양성을 회복하는 게 언론개혁의 핵심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