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3200일을 넘긴 <와이티엔>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 기자. <와이티엔> 노동조합 제공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새 사장 공모에 지원한 노종면 해직기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열린 와이티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는 모두 4명이다. 와이티엔 사추위는 5명의 위원들이 각자 공모 지원자 11명을 대상으로 1~5위까지는 순위별 1~5점을, 나머지 지원자에게는 0점을 준 뒤 이 점수를 취합해 지원자의 순위를 매겼다. 사추위는 대주주인 한전케이디엔(KDN), 한국마사회, 케이지씨(KGC)인삼공사 등 공기업에서 추천한 외부 인사 3명과, 회사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1명, 시청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1명으로 구성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노조)에 따르면 회사 구성원과 시청자 몫 위원은 노 기자에게 점수를 부여했으나, 대주주 쪽이 추천한 위원 3명이 최저점인 0점을 줬고, 이로 인해 그는 서류심사 통과자 4명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서류를 통과한 면접 대상자 4명이 사장 후보로 부적격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주주 몫 사추위원 3명이 사실상 특정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채점을 한 것으로 보여 납득하기 힘든 결과”라며, 사추위원들의 평가 결과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돌발영상> 피디의 징계요청서를 제출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면접 대상자에 오르는 등 심사 과정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노 기자가 와이티엔 안팎에서 다른 공모 지원자에 견줘 방송 개혁을 담보할 인사라고 평가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 추천 사추위원들이 모두 최저점을 부여한 배경에 어떤 의도에 의한 ‘담합’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탈락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탈락 사실만 연락이 왔다. 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대주주 측 사추위원 모두로부터 0점 처리를 당할 만큼 부적격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서류심사 탈락은) 경계했던 상황 중에 하나다”라면서도 “시대가 바뀐 마당에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은 있었다. 시대를 빨리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와이티엔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낙하산 사장’ 인사를 반대하던 전·현직 노조 집행부 6명이 집단 해고됐는데, 이 가운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지난 5월 박근혜 정권 때 선임된 조준희 사장이 자진사퇴하고, 와이티엔은 새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냈다. 노 기자는 지난달 11일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시대가 열렸다. 와이티엔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다. 저의 (사장 출마)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다”라고 응모 결심을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편 와이티엔 사추위는 26일 서류접수를 통과한 4명을 상대로 면접 심사를 거쳐 2명의 사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이들 가운데 1명을 사장으로 선정하며, 신임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김효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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