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투쟁 선포식’을 열어 고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방송>(KBS) 고참기자들이 고대영 사장 체제에서 보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기자는 회사 쪽에서 팀장급 이상의 보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고, 현재 보직 간부 가운데 일부는 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한국방송 14년차 이상 기자 118명은 성명을 내어 “고대영은 지금 당장 한국방송 사장직에서 사퇴하라”며 “우리는 고대영이 사장 자리에 있는 한, 그 어떤 보직도 전면 거부한다. 보도본부장이 누가 되건 고대영 체제는 이미 수명을 다 했으며, 우리는 보직 전면 거부를 통해 고대영의 퇴진과 한국방송 정상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 쪽이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홍기섭 미래사업본부장을 임명하고, 통합뉴스룸 국장 인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고 사장이) 임기를 어떻게든 이어가겠다는 얄팍한 술수”라며 “우리는 그같은 책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직을 전면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고대영 체제’의 간부들을 향해 “고대영의 퇴진이 시간문제라는 것은 간부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이다.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사장 퇴진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우리의 보직 전면 거부는 싸움의 시작일 뿐”이라며 고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향후 제작거부와 파업 등 퇴진운동의 수위를 높여갈 뜻을 시사했다.
2015년 11월 고 사장이 취임한 뒤, 한국방송 구성원들이 공식적으로 보직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고 사장 퇴진과 한국방송 정상화를 갈망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고참기자 다수가 보직을 거부하면서, ‘고대영 체제’의 한국방송은 보도국을 정상적으로 꾸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한국방송 피디협회는 고 사장에게 협력하지 말 것을 결의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임원으로 임명된 피디협회원 네명의 징계를 논의할 비상총회를 새달 2일 열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