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사진 왼쪽)과 이인호 KBS 이사장
공영방송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는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은 모두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는 태도다. 이에 공영방송 감독 책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언론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이인호 이사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다.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방송 내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2896명)가 이 이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시청자의 공익보다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이사회 운영’(1758명)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내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시킨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도 비슷하다. 고 이사장은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잘못을 했어야 물러나든 말든 하지, (정치적 반대세력의) 모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 역시 지난달 문화방송 내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9%(2007명)가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방송 독립과 공정성 훼손의 공범’(1760명)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고 이사장은 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최근 불구속 기소(명예훼손 혐의)됐으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고 이사장은 “(변호사법 위반은) 지난해 무혐의가 나왔는데 다시 고발됐다. 언론 플레이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통과된다면 현 공영방송 이사진의 임기는 3개월 내로 자동 종료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이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공영방송 이사회를 정상화하려면 이들 공영방송 이사진을 뽑은 방통위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방송법은 방통위가 한국방송 이사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며,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감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방문진법 제6조) 이사진을 뽑아야 하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극우·막말 인사들로 이사진을 채워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고 김영한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남긴 청와대 업무수첩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청와대가 한국방송 이사장 교체에 개입한 정황이 기록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한 이효성 위원장의 모습.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이와 관련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기 방통위는 공영방송과 이사회의 법률상 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능동적 방송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4기 방통위의 우선과제로 든 바 있다. 지난 3월 3기 방통위 임기가 끝난 지 넉달 만에 출범한 4기 방통위는 3일 첫 회의를 열고 허욱 상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의결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4기 방통위는 3기 방통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의 토대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영방송 문제는 3기 방통위가 방관·방치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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