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노조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5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도통제·부당노동행위의 책임자로 꼽혀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절대 퇴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공영방송 정상화’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노조)는 24일부터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찬반 투표에 돌입한다.
김 사장은 23일 오전 열린 문화방송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나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는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선 것을 두고 “파업을 할 때마다 문화방송의 브랜드 가치는 계단식으로 뚝뚝 떨어졌다”며 “노조는 억지스러운 주장과 의혹을 앞세워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제기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의혹’은 “본 적도 없는 문건으로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세운 ‘공영방송 정상화’ 기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능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엉뚱한 곳에 전출시키고 해직·징계해 본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브랜드 가치 하락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또 “방통위의 방송 감독권을 통해 공영방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문화방송 사장 후보자를 면접할 당시 노조 조합원의 현업 배제를 유도하는 대화를 나눴다고 폭로하는 노조 쪽 기자회견문이 방문진을 통해 경영진에 사전에 전달된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노조는 16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전날 저녁 보도유예(엠바고)를 조건으로 방문진 이사진과 사장 후보자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미리 기자단에 배포했다. 그런데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은 15일 밤 이 자료를 입수해 에스엔에스(SNS)로 김 사장과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 문화방송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이 오히려 경영진을 감싸는 데만 급급했던 셈이다. 임 처장은 <강릉문화방송> 사장 출신이다. 그는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문화방송을 바로 세우자는 구성원의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비제작부서인 문화방송 경인·구로 지사, 심의국 등에서 일하는 피디 30여명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업무 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로써 문화방송에서 제작·업무 거부 의사를 밝힌 이는 350명을 넘어섰다. 노조는 24일부터 29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이날 저녁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28일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박준용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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