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30일 전직 군 사이버사령부 간부와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에는 군 댓글공작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이 보도를 한국방송 보도국장단이 막았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이명박 정권 때)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댓글공작 활동이 청와대에 매일 보고됐다.” <한국방송>(KBS) 취재팀이 이러한 군 사이버사령부 고위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해 공개했다. 한국방송 보도국장단은 이 보도를 “증거를 가져오라”며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는 ‘파업뉴스’를 통해 군 사이버사령부 전직 간부 김기현씨의 증언을 공개했다. 김씨는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씨는 2011~2012년 사이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120여명이 댓글공작을 진행했고, 이는 날마다 보고서로 작성돼 오전 7시께 내부 온라인으로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군 고위직에게도 이 댓글공작의 결과가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보고서를) 직접 봉투에 넣어가지고 내가 직접 봉해서 그 앞에 (장관) 보좌관 주고 왔다”면서 직접 이 보고를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는 1년 동안 인터넷 댓글공작 대가로 매달 25만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자들은 이달 초 보도국장단의 거부로 이 보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파업뉴스’ 팀장 이재석 기자는 “김씨를 몇 차례 만나서 주요 사안을 취재한 상황에서 8월8일 기자협회장을 통해 이 보도를 위한 취재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8월9일 보도가 나가기 힘들다는 보도국장단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노조는 보도국장단이 이 보도를 거부하며 “확실한 물증을 가져와야 고려해볼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성재호 노조위원장은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이던 시절에도 물증을 가져오라며 보도를 막았다.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지난 정권의 적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환주 <한국방송>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은 “제보자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했기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이면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더 찾아보자고 한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고 사장과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보직사퇴·제작거부는 이어졌다. <한국방송> 기자 중 팀장·부장 33명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제작거부에 나선 <한국방송> 구성원은 1100명이 넘었다. 구성원의 사퇴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방송>이사회는 이날 오후 이종옥 전 <한국방송>비즈니스 이사의 부사장 임명을 강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옛 야권추천 이사들은 “(이 부사장이)대전총국 기술국장 재직 시 장비도입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며 그의 임명을 반대해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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