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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MBC·KBS 프리랜서들 “고용불안 걱정되지만 파업 지지”

등록 2017-09-18 16:09수정 2017-09-18 22:04

라디오 리포터·뉴스AD·프리랜서 작가 등 지지 줄이어
“재취업 막막…그래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생각”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라디오 리포터들이 방송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라디오 리포터들이 방송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불이익을 받아 일을 멈추면 언제 기회가 다시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파업에 뜻을 같이한다.” 동료 11명과 함께 지난 11일 파업 지지 성명을 낸 김민정 <문화방송>(MBC) 라디오 리포터는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김 리포터처럼, 프리랜서 방송노동자들도 파업 지지를 선언하며 방송 정상화 목소리에 속속 힘을 보태고 있다.

파업 이후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지지 선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문화방송 라디오 작가 70여명은 성명을 내어 총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뉴스 자막 진행이 주요 업무인 파견직 보도국 편집부 에이디(AD) 5명은 11일 파업 지지 의사를 전하며 일을 그만뒀다. 한국방송에서도 지난달 30일 <제1라디오> 작가 17명이 파업지지 성명을 냈다.

프리랜서 방송노동자들은 다수가 고용불안에 노출된 이들이다. 파업 지지 성명에 참여한 한국방송 라디오 작가 ㄱ씨는 “경력이 적은 작가들은 불이익을 받고 그만둔 뒤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모두 불안감을 느낀다”면서도 “그걸 감수하고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지지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파업 지지 후 퇴사한 뉴스 에이디들도 짧게는 7개월, 길게는 1년8개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파업특보>를 통해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고, 떠나기 아까운 직장”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방송 비정규직·프리랜서들 또한 조합원들처럼 제작 자율성 침해를 겪은 까닭이다. 이하나 문화방송 라디오 리포터는 “세월호·위안부·촛불 등 마이크에 담아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늘어갔다. 파업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 에이디들도 “(문화방송 뉴스가) 얼마나 심각하면 우리까지 이러겠나. 파견 계약직이라고 해서 생각 없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편파적 보도에) 자막을 넣지 않거나 빼고 싶은 충동까지 들 정도”라고 했다.

이들은 방송 정상화 파업에 동참한 이들의 빈 자리를 보는 것도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김 리포터는 “회사에서 프리랜서들에게 대체 프로그램 진행을 해달라는 연락이 온다”며 “방송을 살리겠다고 다들 피켓을 들고 있는데 그 자리를 우리가 대체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이 결방된 상황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고, 파업을 지지하는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방송 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했었지만 파업 이후 그만뒀다.

이들은 “빨리 방송이 정상화돼 파업에 참여한 동료와 일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방송 작가 ㄱ씨는 “같이 일하던 피디·기자·진행자들이 차례로 파업에 참여했다. 마음이 무겁다”며 “당장 동고동락한 제작진으로서는 파업한 이들이 뜻을 지키며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도 공영방송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래는 문화방송 라디오 리포터들의 성명서 전문.

MBC 라디오 리포터 파업 지지 성명

“정론직언의 회복을 염원하며”

MBC 라디오 리포터들은 파업을 지지한다.

MBC 라디오 리포터의 주된 업무는 취재이다.

라디오 속 모든 현장의 소리는 우리의 마이크와 녹음기로 채집된다.

이러한 취재물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방송은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

“대통령, 세월호, 위안부, 촛불...”

녹음기에 담기면 안 되는 주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MBC랑은 인터뷰 안 해요.”

시민들에게 공정성이 무너진 MBC는 더 이상 신뢰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거 방송에 못 나가는 것) 아시잖아요.”

윗선의 압박으로 이미 무력해진 PD들의 한숨에

우리 역시 방송 내용을 자체검열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망가진 MBC를 바로 세우는 일은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비록 프리랜서이지만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지난 40년간 리포터 선배들이 지켜온

정론직언의 신념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8일 라디오 PD 제작 거부, 9월 4일 총 파업을 시작으로

방송 파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방송이 축소 진행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상화를 기다리며 주파수를 MBC에 맞추고 있을 청취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몫을 다하는 프리랜서와 비정규직들이 있다.

각자의 위치는 다르지만 모두 MBC의 정상화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 마음을 담아 MBC 라디오 리포터들은 파업을 지지하는 바이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십시오.”

2017년 9월 11일

MBC 라디오 리포터

김 민 정 김 은 애 민 자 영 박 윤 경

배 아 량 신 수 임 신 채 이 염 민 주

이 수 림 이 하 나 이 효 은 하 지 나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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