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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택순 엔지니어 “공정방송 목표, 기술직도 마찬가지”

등록 2017-09-19 16:37수정 2017-09-19 21:54

2008년 8·8사태 당시 부당전보 당한 동료 보며 사원행동 참여
2009년 새노조 출범시킨 기술직군 13명 가운데 한 명
“기술직군도 콘텐츠 함께 만들어…공정방송 사명 가져야”
<한국방송>(KBS) 이택순 엔지니어.
<한국방송>(KBS) 이택순 엔지니어.
방송국에서 기자·피디를 비롯한 보도직군이 ‘밥’을 만든다면, 기술직군은 밥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 기자·피디가 만들어낸 영상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려면 음향·무대·송출 등 엔지니어들의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1994년 <한국방송>(KBS) 기술직군으로 입사해 올해로 24년차를 맞은 이택순 엔지니어는 ‘기술직군 역시 공정방송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을 만들려고 묵묵히 움직이는 수천여명의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방송의 공적 책무를 사명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 소속 이택순 엔지니어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24년간 주로 중계기술국에 소속돼 스포츠 프로그램 중계 등 야외 제작 업무를 맡다, 지금은 남산송신운영센터에서 송신운용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엔지니어는 단체협약상 ‘기본근로자’로 분류되어 있어 총파업이 시작되고 나서도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기본근로자’는 파업 때도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인력을 일컫는다. 틈틈이 노조 일을 도우면서 파업 이후의 일상은 더 바빠졌지만 이 엔지니어는 ‘일하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지난 9년간 파업을 숱하게 했지만, 하던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거든요. 일하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더 미안하죠.”

이 엔지니어는 “직장생활에서 파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8·8사태’는 아직까지 그를 비롯한 한국방송 구성원들을 괴롭히는 아픈 기억이다. 2008년 8월8일 사복경찰이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 난입한 가운데, 한국방송공사 이사회는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8·8사태’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결정판으로 꼽힌 이 사건으로 인해 기술직군에서만 6명이 지역으로 옮겨가는 등 부당전보를 겪었다. 이 엔지니어는 당시 베이징 올림픽에 출장을 간 터여서 현장엔 없었지만, 경찰에 맞서 항의했던 동료들이 부당전보를 겪는 아픔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저도 만약 출장을 가지 않고 현장에 있었다면 당연히 앞에 나섰겠고, 부당전보의 대상이 됐겠죠.” 구성원들은 이후 사원행동을 결성해 회사 방침에 저항했고, 이 엔지니어는 사원행동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엔지니어와 같은 기술직군은 파업 현장에서도 항상 ‘소수’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참모 출신 김인규 사장 퇴진총파업 투표가 부결되자, 기자·피디를 주축으로 한 조합원 600여명이 케이비에스 노동조합(1노조)에서 탈퇴하면서 설립됐다. 초기 새노조에 가입한 엔지니어 직군은 13명에 불과했지만, 이 엔지니어는 이들이 노조의 ‘씨앗’ 역할을 했다고 기억했다. “당시만 해도 70~80명으로 된 부서에 새노조 소속 엔지니어는 한두명에 불과했어요. 수십명 중에 혼자 파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결정이었는데, 공정방송을 만들자는 신념 하나 때문에 파업을 선택한 거죠.” 8년이 지난 지금 새노조 소속 엔지니어 직군은 200여명으로 늘었다.

4일 시작한 새노조의 총파업은 29일로 16일째를 맞았다. 이 엔지니어의 경험상 ‘분위기가 가장 좋다’는 이번 파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엔지니어는 “이제는 권력이 방송을 놓아야”하며, 그러려면 “건강한 노동조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력과 방송이 계속 유착되었던 것이 한국방송의 불행한 역사입니다. 방송이 권력에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 ‘공정방송’이라는 목표를 이루려 싸우는 노동조합도 필수적입니다. 통상의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개선이 목적이지만, 언론 노조는 이뿐만 아니라 공정방송이나 언론의 자유를 목적으로 하거든요. 지금 한국방송의 노조도 직종간의 갈등을 극복해서, 더 건강한 노조로 거듭나야 합니다.”

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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