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방송>(KBS)의 세월호 보도를 통제했다고 폭로했던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 전 국장은 2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고대영 선배께 올린다’는 제목의 글에서 “저는 기자 초창기 고 선배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고 선배는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저는 정치부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모스크바에서 특파원 인수인계를 위해 만났고, 그때 인간 고대영을 처음 접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국장은 “당시 고 선배는 스스로도 잘 아시듯이 이른바 의리있고 후배들도 잘 챙기는 기자 선배로서 장점이 많은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며 “사장으로 오셨을 때 기대도 컸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그러나 그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방송이 돈을 벌기 위한 민영기업이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언론기관인 이상, 한국방송에서의 매출액은 신뢰도며 영업이익은 바로 영향력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국장은 또 “국민들과 언론학자 그리고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여러 조사를 보면, 고 선배께서 사장으로 오신 이후 한국방송 신뢰도와 영향력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국방송은 망가졌고 시쳇말로 하자면 고 선배께서는 한국방송을 말아드신 거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국장은 이어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사장의 권리를 주장하시기 전에 사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해 논란을 빚은 뒤 사퇴하면서, 청와대가 길환영 당시 사장을 통해 한국방송의 세월호 보도를 통제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길 사장은 그 사건으로 그해 6월 해임됐다. 김 전 국장은 또 지난해 6월엔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국회의원)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정황이 담긴 녹취 음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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