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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보수적 부모님도 ‘방송사 사장들 왜 안물러나지’ 걱정하셔”

등록 2017-09-29 19:11수정 2017-09-29 23:20

파업 추석맞는 KBS·MBC ‘막내’ 4명 인터뷰

KBS 제작본부 이인건씨
“공정방송 무너지며 좋은 피디 될 여건 사라져”
MBC 디지털관리국 김선호씨
“권위주의 숨막혀…보복징계 다신 없도록 할 것”

KBS 보도본부 오승목씨
“사장들 왜 안 내려가냐 보수적인 부모님도 걱정”
MBC 예능국 노승욱씨
“어머니가 용돈 쥐여주셔…웃기면서도 짠해”
파업 중인 <한국방송>(KBS) 보도본부 사회1부 기자 오승목씨(왼쪽부터)와 제작본부 피디(PD) 이인건씨, <문화방송>(MBC) 예능국 피디 노승욱씨와 디지털관리국 기술관리부 김선호씨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손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파업 중인 <한국방송>(KBS) 보도본부 사회1부 기자 오승목씨(왼쪽부터)와 제작본부 피디(PD) 이인건씨, <문화방송>(MBC) 예능국 피디 노승욱씨와 디지털관리국 기술관리부 김선호씨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손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입사시험에서 ‘공정방송’이 뭐냐고 묻던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경영진 자신들이 잘 몰라서 우리한테 물었던 건가 싶어요.”(노승욱 문화방송 피디)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사에 취업해 기뻐하던 것도 잠시, 공영방송의 몰락이 눈에 들어왔다. 입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총파업에 참여하게 된 <문화방송>(MBC)·<한국방송>(KBS) 막내들의 얘기다. 이번 파업은 막내들이 처음 겪는 장기 총파업이다.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지난 4일 시작된 파업은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한겨레>는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문화방송·한국방송 2~4년차 막내들을 만났다. 문화방송에서는 신입 공채 마지막 기수로 2013년 12월 입사한 디지털관리국 기술관리부의 김선호(30)씨와 예능국 피디 노승욱(32)씨가 참여했다. 한국방송에서는 제작본부 피디로 2014년 3월 입사한 이인건(32)씨, 2016년 1월에 입사한 보도본부 취재기자 오승목(31)씨가 참여했다.

-파업에 나선 지 한달이 다 돼간다.

노승욱(이하 노) 시민들이 파업을 응원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긍정적이다. 인터넷 댓글이 ‘문화방송 아직도 하고 있었네’ 이런 글들에서 ‘힘내세요’, ‘지지합니다’로 바뀌었다.

이인건(이하 이) 많은 분들이 다르게 알고 있는데, 파업하면 월급이 안 나온다.(좌중 웃음) 저는 아직 괜찮다. 하지만 파업이 두달이나 세달 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파업 중에 추석을 맞이하게 됐다. 가족은 뭐라고 하나?

김선호(이하 김) 부모님이 응원과 지지를 해주신다. 회사 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계신다. 어머니는 <공범자들>을 직접 보고 주변 친구들한테 홍보도 하신다.(웃음)

저희 부모님은 ‘다치지 마라’, ‘돈은 나오니’ 하며 걱정 많이 하신다. 어머니 생신이라 본가에 갔는데 10만원을 쥐여주시더라. 웃기면서 짠한 기분이 들었다.

처가에서 제가 하는 일(시사교양 피디)을 좋아해주신다. 추석 때 처가에 갈 텐데, 가서 내가 할 말이 없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방송사가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명절 때 어른들께 잘 설명해드릴 예정이다.

오승목(이하 오) 결혼한 지도 얼마 안 됐고, 다음달에 아기도 출산한다. 다 시작하는 단계인데 갑자기 파업을 한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당황하시더라. 다른 회사에 있다가 늦은 나이에 한국방송에 들어오게 돼서 이미 걱정을 많이 하셨었다. 보수적인 분들인데, 요즘은 뵈면 ‘방송사 사장들이 왜 안 내려가나.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신다.

-어떤 계기로 파업에 참여하게 됐나?

피디가 됐다는 것보다 좋은 피디가 되는 게 더 중요하더라. 제가 하고 싶은 시사교양 부문은 사람하고 호흡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이 예전과는 다르게 섭외도 안 되고 취재도 안 된다. 신뢰를 안 한다는 얘기다. 좋은 피디가 되기 위한 여건들이 공정방송이 무너지며 날아갔다고 본다. 속상했다.

두 가지다. 하나는 시민으로서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촛불집회에 나가며 대통령이 탄핵되는 걸 봤다. 그 상황에서 언론이 중요한데 당시 문화방송이 기능을 못했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문화방송 구성원으로서다. 회사는 내부 언로를 막았다. 상명하복식 권위주의 문화가 숨막히더라.

예능국에서 많은 선배들이 그만뒀다. 조용히 사표 내고 사라졌다. 알고 보니 선배들은 자식 같은 프로그램을 두고 (제작 자율성 침해 탓에) 퇴사하는 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이면 ‘다음은 네 차례’라는 말을 들었다.

간부가 지시해 무리한 뉴스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망가진 뉴스 생산하는 데 결국 내가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는구나 싶었다.

-파업이 더 길어질 수도 있을 텐데.

동기들하고도 얘기한 부분인데, 내가 사는 내 직장을 내 힘으로 바꾸려면, 우리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9년처럼 부당전보·징계를 겪어야 되나 걱정도 된다. 그럴수록 이번 파업에 다들 나서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잘 마련해야 될 것 같다.

파업을 안 하거나 타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국방송 내에서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믿고 나설 계획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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