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3년 9월 헌법재판소는 <문화방송>(MBC)의 방송광고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위탁하도록 강제한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5조2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률이 방송사업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문화방송의 주장에 헌재는 “공영방송은 존립근거나 운영주체 특성상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공영방송 광고를 코바코가 독점하도록 한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 전원일치 의견이라는 합헌 결정 말고도, 헌재가 법리적으로 문화방송을 ‘공영방송’으로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사법부 유권해석 등을 토대로 보면, ‘공영방송’의 범주엔 한국방송(KBS), 문화방송, 교육방송(EBS)이 포함된다. 한국방송은 방송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근거해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한 ‘공사’고, 문화방송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방문진이 대주주인 ‘주식회사’다. 어쨌든 개념적으로 이들 공영방송은 공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고, 양질의 공공서비스 등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송이다. 하지만 정작 방송사의 책임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에는 1만2000여개 단어 가운데 ‘공영방송’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방송법은 제5조 ‘방송의 공적 책임’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 존중 △민주적 여론 형성 △타인의 명예 훼손이나 권리 침해 금지 △범죄 및 사행심 조장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든 방송사업자’의 책임으로 되어 있을 뿐, 특별히 ‘공영방송’에 따르는 역할이나 책임은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정책 수립이나 법적 규제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방송법에 공영방송의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의 김민정 교수는 “‘공영방송’이라는 용어가 법리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이냐 아니냐’라는 논쟁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영방송은 국영이나 민영방송이 제공하기 어려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공론장으로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이 있다”며 “이를 토대로 모든 방송사업자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말고, 특별히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 책임을 법적으로 따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법상 공영방송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에 더해, 공영방송의 독립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이사진과 경영진이 현행 방송사업자의 책임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사진·경영진 임명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을 개정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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