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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첩 대신 ‘PD수첩’ 때려잡았다”

등록 2017-10-02 05:59수정 2017-10-02 09:20

이명박 정부 때 ‘PD수첩’ 맡은 김환균·최승호·이우환 PD, 정재홍 작가 증언
2010년 3월 국정원의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 이후
MBC, 제작진 전보·아이템 검열·소속국 변경 등 일상적 ‘피디수첩 흔들기’
이명박 정부 당시 <피디수첩> 제작진이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MBC)본부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에 가해진 정권 차원의 압력을 증언하고 있다. 이우환 피디(왼쪽부터), 김환균 피디, 최승호 해직피디, 정재홍 해직작가.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제공
이명박 정부 당시 <피디수첩> 제작진이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MBC)본부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에 가해진 정권 차원의 압력을 증언하고 있다. 이우환 피디(왼쪽부터), 김환균 피디, 최승호 해직피디, 정재홍 해직작가.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제공
“국가정보원은 간첩을 잡아야 되는데, 간첩은 안 잡고 <피디수첩> 최승호 때려잡은 뒤 자화자찬하고 있다.”

<피디수첩>에서 ‘검사와 스폰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등 굵직한 보도를 내놨던 <문화방송>(MBC) 최승호 해직 피디는 지난달 28일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피디수첩>은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표적이 됐다. 특히 2010년 3월 국정원은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계획을 통해 <피디수첩>을 ‘좌편향’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한다. 문건 작성 후 2년 만에 대다수의 피디와 작가가 프로그램을 떠나야 했다. 김환균(전국언론노조위원장)·최승호·이우환 피디, 정재홍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지난달 26일과 27일 검찰의 이명박 정부 ‘방송사 블랙리스트’ 수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네 명의 피디·작가는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사에서 알게 된 내용과 이명박 정부 당시 <피디수첩>에서 겪은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방송장악 문건’을 작성한 뒤 이틀 만에 파기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피디는 “2010년 3월2일 생산된 국정원의 대외비 문건은 3월4일 파기하도록 돼 있어, 대외비 문서여도 보존 기간이 짧다”며 “그 문건은 당시 부임하는 김재철 사장에게 직접 전달되기 위해 작성됐다고 본다. 김 사장이 받아 보고 숙지한 다음에는 파기하는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피디수첩> 흔들기는 다방면에서 진행됐다. 기존 인력 탄압이 먼저 이뤄졌다. 김 피디는 “2010년 3월 말에 국장실로 불려가 프로그램 책임피디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그때 이미 국장이 최승호 피디도 <피디수첩>에서 빼자고 했지만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최 피디도 “2012년 1월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핵심성과로 ‘최승호 <피디수첩> 하차’를 언급한다. 2011년 실제로 저를 비롯한 피디들이 <피디수첩>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정원은 ‘제작진은 담당피디는 물론, 프리랜서 작가, 외부출연자까지 전면교체하라’는 등 인사에 부당개입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7월 정 작가를 비롯한 <피디수첩> 작가 6명이 해고됐다. 정 작가는 “한 프로그램 작가 6명을 한꺼번에 자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방송장악 계획 이후 <피디수첩>에서 아이템 묵살은 일상이 됐다. 이 피디는 “2010년 <피디수첩>에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 방영된 후 회사 쪽은 시사프로그램을 자기들 통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사내 심의규정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도 “<피디수첩>에 팩트체크 팀장이 왔는데, 정부 비판적 아이템은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의혹’을 검증하는 아이템을 냈더니 ‘정부가 잘 되는 것을 못보느냐’고 했다”고 지적했다.

‘심의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피디수첩>의 소속국도 바뀌었다. 최 피디는 “국정원 문건에는 <피디수첩>의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자고 돼 있다. 2011년 <피디수첩>이 속해있던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옮기고, 본부장으로 백종문 현재 부사장이 부임했다”며 “백 부사장이 시사교양국을 잘 아니 아이템 검열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디수첩> 출신 작가·피디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문화방송 장악 시도를 추가로 밝혀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피디는 “계획을 세우는 것뿐 아니라 중간보고를 했을 것이고,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생산됐을 거라 본다”며 추가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피디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부실해보였다”며 “국정원 서버에 방송사 인물 개별 접촉 보고서 등 자료가 남아 있을 것이다. 국정원은 새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자백하고, 검찰도 국정원을 압수수색해서라도 끝까지 수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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