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이사,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제기한
제보자에 인신공격성 메시지 등 200통 보내
노조, 배임·협박 등 혐의로 고발 예정
강 이사 “노조가 악마의 편집한 것” 해명
제보자에 인신공격성 메시지 등 200통 보내
노조, 배임·협박 등 혐의로 고발 예정
강 이사 “노조가 악마의 편집한 것” 해명
‘세상에 어떤 쓰레기가 밥 산 걸 찌를까나’, ‘가정교육 못 받은 티 팍팍’, ‘부모 만나야겠다’…<한국방송>(KBS) 옛 여권 추천 강규형 이사가 자신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인물에게 이 같은 협박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는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이사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인물 ㄱ씨에게 200여통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며 “제보자들에게 인격모독적 말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노조는 ‘파업뉴스’ 보도와 기자회견을 통해 강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애견활동에 쓰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날 이후 “이제 그만하시라”는 ㄱ씨의 요청에도 강 이사의 ‘문자 폭탄’과 ‘막말’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강 이사가 ㄱ씨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에는 ‘개 빗질이나 하지’ 등 외모·직업비하가 담겨 있다.
또 다른 제보자였던 ㄴ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 “강 이사가 저에게도 연락이 와서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면서 “저와 아내의 아픈 경험을 거론하며 비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전과가 있다’거나 ‘질이 나쁘다’는 말을 제3자에게 퍼뜨렸다”고도 덧붙였다. 또 노조는 강 이사가 ㄴ씨에게 지난 16일 밤 전화를 걸어 “나서면 다친다”라며 이 내용을 밝히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오태훈 노조 부위원장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정당한 방식으로 조사해 제기한 것”이라며 “한국방송 이사는 공영방송을 잘 감시하고 운영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역할을 맡은 인물이 법인카드 유용 문제를 지적하면 반성할 부분임에도 오히려 제보자를 협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강 이사가 성재호 노조 위원장에게도 지난달 13일 새벽 전화를 걸어 욕설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19일 ‘문자 폭탄’과 ‘욕설’ 부분을 두고 강 이사에게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 위반·협박·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앞서 제기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배임 혐의를 적용해 고발 내용에 포함할 계획이다.
강 이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제보자에게)왜 의혹을 제기했는지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일하는 사람을 그렇게 뒤에서 찌르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라며 “노조가 제기한 내용은 ‘악마의 편집’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는 ““법인카드는 애견카페에서 업무 활동으로 커피를 마실 때 결제했다. 애견인 회식 때 카드를 썼다고 해도, 법인카드를 기준보다 더 많이 쓴 부분은 반드시 다시 채워 넣는다”고 해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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