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문화방송>사장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를 받으러 자진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방송>(MBC) 드라마본부 소속 노동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며 21일부터 릴레이로 드라마를 결방키로 했다.
이들은 19일 낮 성명을 내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두터운 낯가죽을 지닌 사상 초유의 경영진에 맞서, 드라마본부 조합원들도 사상 초유의 투쟁 방식으로 다시 한 번 그들의 퇴진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21일 저녁 주말극 <밥상 차리는 남자>를 시작으로 <도둑놈 도둑님>, 월화극 <별별 며느리>, 일일극 <돌아온 복단지>의 결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결방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각 프로그램의 사정에 맞게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미니시리즈의 결방 여부도 논의 중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외주제작사 상황과 출연진 일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드라마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뉴스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결방하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드라마 피디들이 집단적으로 결방을 결의하고 연달아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일은 유례가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은 성명에서 “드라마는 여러 작업 주체가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콘텐츠다. 각 주체의 입장이 반영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드라마 제작 여건상, 결방에 이르기까지는 힘겨운 투쟁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제작사와 출연자 쪽에 모두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드라마본부 조합원들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총파업에 동참하는 의미로 <20세기 소년 소녀>의 첫 방송일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들은 “드라마 피디들은 드라마를 흔히 자식에 비유한다. 결방이라는 극한의 투쟁 방식은 자식에게 생채기가 나는 괴로움도 각오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문화방송의 재건이 곧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 릴레이 결방은 당신들(경영진)의 종말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파업 승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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