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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뉴스, 저널리즘에 굶주린 KBS 기자들의 이야기

등록 2017-10-19 16:17수정 2017-10-19 21:19

‘댓글공작 실명 폭로’ 등 굵직한 특종 보도
파업 기자들 제작 ‘파업뉴스’ 기자상 수상
“파업 상황이라 후속보도 못해 아쉽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연구동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사무실에서 엄경철 파업뉴스 팀장(왼쪽)과 이재석 파업뉴스 기자(오른쪽)가 이달의 기자상 상패와 이달의 방송기자상 상패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연구동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사무실에서 엄경철 파업뉴스 팀장(왼쪽)과 이재석 파업뉴스 기자(오른쪽)가 이달의 기자상 상패와 이달의 방송기자상 상패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자유한국당에서 문제삼을 수 있지 않느냐.“ 이명박 정부 때 ‘댓글공작’을 한 전직 군 사이버사령부 간부의 실명 폭로 보도를 하겠다고 하자, <한국방송>(KBS) 보도국장단이 보인 반응이었다. (‘파업뉴스’ 1편 내용) 한국방송 기자들의 특종보도는 회사를 벗어나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의 ‘파업뉴스’가 8월30일 유튜브 등을 통해 보도한 ‘댓글부대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 기사였다. 파업 참여 기자 20여명으로 꾸린 파업뉴스팀의 이 보도는 지난달 이달의 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연달아 탔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파업뉴스 팀장 엄경철 기자와 팀원 이재석 기자는 기자상 수상에도 즐거울 수만은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회사 밖에서 특종 보도를 이어가는 상황은 한국방송 내 저널리즘의 실종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 기자는 “(기자상 수상으로) 우리의 (보도)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공론의 장에서 인정했다“면서도 “(한국방송 보도국에서) 오랜 기간 잘못된 검열 탓에 기자들 스스로 자기 검열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 기자도 “오죽하면 이런 형태로 상을 받아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의 지난 10년은 ‘저널리즘 몰락’의 역사였다고 파업뉴스팀 기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기자는 이 기간 “한국방송 보도는 ‘공방신기’라는 오명을 얻었다”고 자조했다. 사안의 본질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모든 보도가 여·야 간 다툼 등 ‘공방’ 등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엄 기자는 “이 오명은 한국방송 수뇌부가 보인 ‘보신주의’로 정상적인 취재보도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업뉴스’는 지난 8월30일 전직 군 사이버사령부 간부와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에는 군 댓글공작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이 보도를 한국방송 보도국장단이 막았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파업뉴스’는 지난 8월30일 전직 군 사이버사령부 간부와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에는 군 댓글공작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이 보도를 한국방송 보도국장단이 막았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파업뉴스는 그간 꽉 막힌 기자들의 보도 욕구를 한꺼번에 풀어내듯 굵직한 특종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한국방송의 보도통제를 지시한 문건, 국가정보원의 비자금 창구 회사 의혹 등이 그것이다.

5년 전 파업 당시 노조는 ‘파업 채널 리셋 케이비에스 9’를 운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반응은 지금의 파업뉴스가 더 뜨겁다고 했다. 엄 기자는 “5년 전에 노조가 만든 뉴스는 민간인 사찰 폭로 말고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뉴스를 소비할 통로가 많아졌고, 유튜브에 파업뉴스 영상을 올려도 봤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파업뉴스가 주목받을 수록 <9시 뉴스>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공들인 보도가 파업과 여러 여건 때문에 후속보도를 못하는 게 아쉬워서다. 이 기자는 “댓글공작 뉴스도 후속보도를 하고 싶었지만 (파업 상황이라) 어렵다”고 했다. “댓글공작 폭로 파업뉴스를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는데, 참석한 다른 회사 기자들이 빠져들 듯이 영상을 봤다. 짜릿했다. 이 보도를 <9시 뉴스>라는 무대에서 트는 날이 오면 이제 눈물이 나지 않을까.” 엄 기자가 덧붙였다.

최근까지도 “‘나도 파업뉴스팀에 들어갈 수 없겠느냐’는 조합원들의 요청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파업뉴스팀에 들어오면 어려운 여건에서 새벽까지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문의가 쇄도하는 것이다. 이 기자와 엄 기자는 이 현상을 한 마디로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방송 기자들은 ‘저널리즘’에 굶주려 있다는 뜻입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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