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율촌빌딩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박근혜 정부 때 외부단체 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탈북단체 지원과 대북방송 관련 사업에 쏟은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방문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방문진은 ‘사회공헌활동’ 명목으로 예산 총 7억3천만원을 썼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억9837만원을 탈북민 단체나 관련 행사, 대북방송 지원사업에 사용했다. 방문진이 지원한 단체에는 ‘통일미디어’, ‘북한민주화위원회’, ‘탈북자동지회’, ‘자유통일문화원’ 등으로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에는 4600만원, 2014년에는 5천만원, 2015년에는 3천만원을 썼다. 관련 예산은 대북방송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늘어, 2016년에는 1억4600만원, 올해는 1억2637만원을 사용했다.
방문진법은 방문진 설립 목적으로, “엠비시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명시했다. 이에, 방문진이 탈북민을 비롯한 소외계층 지원사업과 대북방송 지원사업을 할 수는 있으나, 애초 방문진이 주력했던 ‘시청자단체 지원사업’(방송 모니터링, 미디어교육·정책연구 등 지원)을 사실상 폐지하면서까지 탈북단체 진흥에 몰두한 사실도 드러났다. 방문진 자료를 보면, 방문진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매해 5~11건의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에 적게는 4800만원부터 많게는 1억1천만원을 지원했으나, 2012년부터 관련 사업이 0건을 기록했다.
또 방문진이 지난해 ‘소외계층 문화예술행사 지원사업’ 예산으로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단체의 공연에 1천만원을 지원했는데, 이 공연은 ‘창가문답 프로젝트’를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창가문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답이 있다”고 한 말의 앞 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차세대문화인연대는 지난 5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 과정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하는 성명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이 단체 대표는 2009~2012년 방문진 이사를 지낸 최홍재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동생 최공재씨다. 최명길 의원은 “설립 목적과 거리가 먼 사업이 이뤄진 건,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이 방문진 이사로 포진한 것과 무관하다 보기 힘들다. 국정감사, 방통위 검사감독 등을 통해 내막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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