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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 “방송법 개정 후에 고대영 교체해도 큰일 안 난다”

등록 2017-11-15 19:08

고대영 ‘조건부 사퇴’ 꼼수 반복
“김장겸은 강제 퇴출됐다” 주장
옛 야권 추천 이사들 “상황 호도”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이 15일 ‘금품수수 의혹’ 등에 휩싸여 퇴진 요구를 받는 고대영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자는 입장을 공식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이 이사장은 “양대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 전에 강제로 물러난다는 것은 방송 독립의 종언이 될 수도 있다”면서 고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또정치권력의 개입을 전면 차단하는 쪽으로 방송법을 개정한 후에 사장을 교체한다고 큰일 날 일은 없다”고 했다. 방송법 개정을 전제로 사퇴하겠다는 고 사장의 ‘조건부 퇴진’론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이 논리는 단기간 내 방송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한 데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차피 이사회·경영진이 재구성되기에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이사장은 파업의 책임을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에 돌리고, 현 상황을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현 사태의 원인은)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 권력화함으로써 방송인들이 본문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며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이 11월13일, 임기 2년 반을 앞두고 강제퇴출 당한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새노조를 두고 “방송장악 계획을 실현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옛 야권 추천 이사인 김서중 이사는 “노조는, 사장을 불법적으로 쫓아낸 정권이 방송을 장악한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망치는 사장에게 나가라는 주장도 틀렸느냐”고 비판했다. 역시 옛 야권 추천 이사인 권태선 이사도 “노조를 홍위병이라 표현한 부분은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고 사장 취임 후 공정성 문제가 누적돼 퇴진론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옛 야권 추천이사 4인이 상정한 ‘고대영 사장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한국방송 대응 보고 건’이 논의됐다. 지난달 23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09년 5월 국정원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이던 고 사장에게 국정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과 관련한 보도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00만원을 전달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방송은 지난달 30일 이로 인해 회사 명예가 훼손됐다며 서훈 국정원장·정해구 국정원 개혁위원장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옛 여권 추천이사들은 고 사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고대영 감싸기’로 일관했다. 옛 야권 추천이사들이 “사장의 금품수수 의혹에 왜 회사 명의로 소송을 내느냐”고 질타한 반면, 옛 여권 추천 인사인 차기환 이사는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형사가 아니고 민사 소송이다. 정당한 증거가 있으면 상대방(국정원 개혁위)이 답변서를 낼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사회에 출석한 고 사장은 옛 야권 추천이사들을 향해 “이사님이 방송법을 고치라. 한국방송 경영권은 사장한테 있다”고 반박했다. 유용욱 한국방송 법무실장도 “고 사장의 입장이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검토한 결과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인호 이사장이 15일 낸 입장 전문이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 서야 합니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며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하는 KBS 이사장으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시청자-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KBS 방송이 여러분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 공영방송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사퇴하지 않고 대신 온갖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폭압과 회유 앞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것은 임기 도중 사퇴는 KBS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 나라 대표 공영방송 지킴이로 위임 받은 책임의 방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방송 파행은 KBS 노조가 지난 대선 이후부터 고대영 사장 퇴출과 그를 선임하고 지원한 이사장과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KBS가 사원 5,000명, 연간예산 1조 5,000억원의 엄청난 인적 물적 잠재력을 가진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국민이 기대하고 방송인들 스스로가 자부할 만한 수준과 품격의 방송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방송문화의 견인차였던 KBS가 거대한 공룡처럼 스스로의 몸도 가누기 어렵게 된지는 훨씬 오래된 일입니다. 모두에게 불행한 그러한 사태의 연원에 대한 설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방송사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지 못하고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권력화 함으로써 방송인들이 방송인으로서의 본문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양대 축이었던 MBC 김장겸 사장이 11월 13일, 임기 2년 반을 앞두고 강제퇴출 당한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입니다.

언론은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3부(입법, 사법, 행정) 밖에서 작동하는 제 4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론, 그 중에서도 특히 방송은 권력의 속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방송의 독립, 곧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은 방송인 누구나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라는 말입니다. 자유언론의 대표적 표상인 방송이 정치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오염되면 인체의 피가 오염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사회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 때문에 현행 방송법도 정당정치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방송사의 최고의결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야 나눠먹기 식의 이사 추천방식과 일부 노조의 민노총 같은 외부세력과의 연대 때문에 방송이 정치도구화 되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마지막 법적 보루인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인류 사회의 보편적 역사적 체험에서 얻어낸 상식이며 문재인 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과거 정권들도 모두 방송장악을 시도했고 사장이나 이사장을 임기 중 퇴출시킨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방송 노조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맞서는 모양새라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포괄적 구호 아래 옛 공산당의 ‘정적 숙청’을 상기시킬 정도로 국가권력을 무소불위로 동원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도 민노총의 산하기구인 ‘언론노조 KBS 본부’ 일명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입니다.

언론은 거대 사건뿐 아니라 각종 권력의 뒷모습까지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국민의 권익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기간방송이 국가권력과 한편에 선다면 결코 완전무결할 수는 없는 새 정권이 잘못된 길을 갈 때 진실되고 공정하며 신속한 보도와 균형 있는 논평으로 국민을 일깨움으로써 나라를 바로잡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힘이 어디에서 나올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KBS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큰 만큼 KBS 방송인들의 고충도 큽니다. 가속화하는 방송통신 관련 기술변화와 상승하는 제작비용 앞에서 파당정치에 볼모 잡힌 KBS 수신료는 38년째 2,500원에 묶여있고 방송 광고시장 규모는 위축되니 공영방송인 KBS조차도 시청자들의 생각과 취향을 선도하기 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서 시청률을 높여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의 영향으로 2년이 멀다 하고 자주 바뀌는 사장과 집행부가 강력한 노조와 노동법 앞에서 경영합리화를 하는 데는 심한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사원들은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새 임원진과 강성 노조의 눈치를 번갈아 가며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능력과 소신껏 방송제작에만 몰두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꿈으로 가득 차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 젊은 사원들 조차도 점점 더 냉소와 기회주의 풍토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 KBS의 현실입니다.

현 KBS 사태는 그간 사원들 사이에서 누적되었던 불만과 불안, 의기소침 등이 민노총 산하기구인 새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의도와 맞물리면서 고대영 사장 퇴출과 사장 선임과 해임권을 갖고 있는 이사장과 이사진 사퇴요구로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에 대한 사원들의 불신임률이 높다 하더라도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사장과 이사진 퇴출로 해결될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사장이 노조나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나는, 방송의 자율과 독립성에 직접적으로 저해가 되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일 것입니다..

KBS 문제는 이제 KBS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습니다.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설 때입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입법권을 갖고 계신 국회의원들께 호소합니다.

방송법 개정을 서둘러 주십시오. 전문가적 능력뿐 아니라 도덕적 품격이나 지도자적 안목에서 사원들뿐 아니라 시청자-국민 전반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이사진과 사장이 정치권의 개입 없이 선출될 수 있게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 개편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선출된 사람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호소합니다.

KBS 사장과 이사장 그리고 일부 이사들을 강제 퇴진시키기 위해 그들 주변을 괴롭히거나 그들을 범죄자로 엮으려 하는 비열한 행위를 즉각 중단시켜 주십시오. 만약에 그것이 정부가 직접 연루된 일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이사장 포함 8인의 이사들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카드로 집행하여 이미 내역이 나와 있는 업무추진비를 세밀 감사하겠다고 무려 7인의 감사요원을 4주간이나 투입하고 접촉한 인사들의 실명과 상담내용을 밝히라는 부당한 요구까지 하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혀주십시오. 법 집행의 엄격성에도 공익성과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권력을 동원한 이런 식의 정신적 압박과 모욕 그리고 감사대상 액수의 몇 배의 비용이 감사요원의 봉급과 활동비로 지출되는 혈세낭비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아닌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사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KBS에 대한 여러분의 충정과 현재의 고충을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빨리 파업을 풀고 일자리로 돌아 오십시오. 국민이 KBS를 보는 눈은 지금 곱지 않습니다. 고액의 연봉에 버금가는 수준의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KBS가 없어진다고 걱정할 것이 있느냐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려움 속에서라도 우리 모두가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를 반성해야 합니다.

국가적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며 사려 깊은 보도를 통해 재난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과 치유를 위해 국민을 격려하고 결속시키기 보다는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방송으로 오히려 피해를 확산시키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 면은 없지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말 지킴이어야 할 공영방송이 우리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쓰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외래어나 비속어를 유포시킴으로써 “KBS가 우리말 파괴에 앞장서느냐”는 국내외 시청자들의 불평을 샀을 때 그 비판이 근거 없다고 대응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봅시다. 설사 사장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사장퇴출이라는 빈대잡기를 하다가 방송의 독립, 더 나아가서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라는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봅시다.

파업을 계속할 경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온 국민, 아니 전 세계인들이 입게 될 손해와 봉급삭감으로 여러분들의 가족이 겪을 고충도 생각합시다. 정치권력의 개입을 전면 차단하는 쪽으로 방송법을 개정한 후에 사장을 교체한다고 큰일 날 일은 없습니다.

고대영 사장께 부탁합니다. 노조의 사장퇴진 요구가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사원들과 대화와 상호배려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사원들이 고사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서로 반목하게 되는 후유증을 앓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KBS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양대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 전에 강제로 물러난다는 것은 방송 독립의 종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인 법치의 무력화와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의 종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방송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방송의 주인인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챙기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의 대표방송인 KBS가 머지않아 특정세력의 정치도구로 전락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KBS가 새롭게 힘을 내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서야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BS 이사장 이인호

2017년 11월 15일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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