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영화 <공범자들> 개봉 뒤 <한겨레>와 인터뷰한 최승호 피디의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문화방송>(MBC) 새 사장 공모 접수가 마감됐다. 문화방송 대주주로서 사장 임명권을 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27일 응모서류 접수 마감 결과 13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에 따르면 지원자는 △김정특 전 <교육방송> 이사 △김휴선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공익광고협의회 위원 △박신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송기원 문화방송 논설위원 △송일준 문화방송 피디 △오용섭 청년광개토 설립·운영자 △윤도한 문화방송 기자 △이우호 전 문화방송 논설위원실장 △임정환 문화방송 보도엔피에스(NPS)준비센터장 △임흥식 전 문화방송 논설위원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 △최영근 전 <초록뱀미디어> 대표 △최진용 전 제주문화방송 사장(가나다순) 등이다. 애초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던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보도부문 사장, 정찬형 <교통방송>(TBS) 사장은 각자 현재 조직에 남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원자 면면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 장악’의 상흔과 문화방송 공영성 재건의 의지가 뚜렷하다. 문화방송 출신 지원자 다수는 2012년 김재철 당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170일 파업’ 뒤 징계와 현업 배제 등 ‘보복성’ 불이익을 받았다. 2012년 해직돼 5년여 동안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최승호 피디가 대표적이다. 해직 2000일을 눈앞에 둔 최 피디는, 해직 뒤에도 온라인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일하며 영화 <공범자들>을 만드는 등 공정방송 투쟁에 앞장섰다.
송일준 피디는 2008년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다가 검찰에 체포됐다.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재철 당시 사장은 송 피디를 포함한 제작진에 중징계를 내렸고, 제작진은 징계 무효를 위한 오랜 법정 싸움을 해야 했다.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은 2010년 3월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에 “친북좌파 성향”으로 낙인찍혀 “물갈이 인사” 대상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 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2010년 김재철 당시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간부진 성명에 참여했다가 보복성 인사를 당했고, 시사 프로그램 <뉴스 후> 진행자로 이름을 알린 윤도한 기자는 김재철 사장 시절인 2012년 11월께 심의실 발령을 받았다. 송기원 논설위원도 2012년 기자직에서 배제돼 외주제작국으로 발령났다.
지원자들은 한 목소리로 ‘방송장악으로 철저히 망가진 문화방송의 공영성을 회복·재건하겠다’는 큰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최승호 피디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엠비시가 워낙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회사를 되살려야 한다는 마음을 다 가진 것 같다. 남은 공모 과정에서 엠비시 재건을 주제로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토론할 일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오는 30일 서류 심사를 통해 후보자 3명을 추리고, 이들 후보자 3명은 다음달 1일 공개 정책설명회에서 구체적인 엠비시 재건 계획을 발표한다. 방문진은 이날 설명회를 인터넷에서 생중계하며, 시청자·종사자 질문을 수렴해 다음달 7일 열리는 면접 심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종 사장 내정자는 이날 발표한다. 새 사장의 임기는 지난 13일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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