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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깡통’회사에 외주 준 SBS…‘트라이앵글’ 10억여원 임금 체불

등록 2017-12-05 05:01수정 2017-12-05 11:11

작곡가 윤일상·방송인 홍석천씨 등도 피해
익명 디제이 “3~4개월 ‘올인’했는데 빈손”
‘자본잠식’ 외주사에 일 맡긴 SBS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된 ‘디제이쇼 트라이앵글’에서 대규모 임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 에스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된 ‘디제이쇼 트라이앵글’에서 대규모 임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 에스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디제이 경연 프로그램 <디제이쇼 트라이앵글>을 외주 제작하면서 자본 잠식 상태의 신생 제작사와 계약해 이 작품의 출연진·제작진 200여명이 총 10억원대의 임금 체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스비에스는 제작비용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외주사가 직접투자나 협찬으로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도 확인됐다. 방송사의 ‘손 안 대고 코 풀기’ 식 제작 관행이 대규모 인건비 미지급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28일~7월30일 방영된 <트라이앵글>은 국내 방송에서 처음 시도된 디제이 경연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윤아·용감한 형제·윤일상 등 유명 음악인이 출연했고, 실력 있는 디제이들이 나와 경쟁했다. 그러나 4일 <한겨레> 확인 결과 외주사 큐로웍스는 모든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첫 회 임금·출연료 1억1000만원만 나눠줬을 뿐 총 10회분 중 9회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매회 인건비 등이 1억1천만~1억2천만원이기 때문에 여기에 기타 제작비를 포함하면 출연·제작진은 10억~12억원에 이르는 돈을 떼인 것이다. 홍석천·윤일상 등 유명인은 물론 피디, 작가, 엠시, 패널, 디제이, 안무팀과 중계차·사다리차 운전노동자 등 파악된 피해자만 200여명 수준이다. 작곡가 윤일상씨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자 상금조차 지급되지 않았다”며 혀를 찼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디제이는 “안무팀과 디제이들이 다른 일을 포기하고 3~4개월간 여기에 매달렸는데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화제를 낳았지만 열악한 시간대(일요일 밤 12시5분) 탓인지 회당 최고 시청률이 1.4%(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다 막을 내렸다. 종영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외주사는 차일피일 미뤘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광호 독립피디는 “추석 때까지 밀린 임금을 준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등 6차례 지급 약속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미지급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외주사와 제작·출연진이 애초 계약 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탓이다. 이 피디는 “피해자 대부분은 방송사·외주사와 계속 일해야 하기에 불공정한 계약을 받아들였고, 미지급에 대응하기도 난처해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김아무개 작가는 “이 작품에 출연한 디제이와 안무가 등 젊은 예술가의 꿈을 짓밟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사가 예술가들을 이용하고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9월 교체된 큐로웍스의 김아무개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큐로웍스가 손실을 많이 봐서 현재 출연료와 임금 지급이 안 되고 있다. 모회사인 큐로홀딩스에서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미지급 사태를 불러온 큐로웍스의 고아무개 전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협찬비를 충분히 끌어오지 못한 큐로웍스가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에스비에스의 잘못도 크다. 지난 5월초 에스비에스와 계약을 맺은 큐로웍스는 이미 지난해 말 빚이 회사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재정이 열악한데다 지난해 설립된 신생 회사로 작품 제작 능력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회사에 에스비에스가 외주를 준 것이다. 더욱이 큐로웍스는 출연자·제작진의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외주사의 지급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 방송사들은 이 ‘지급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라고 권고하는 게 통상적이다. 에스비에스 쪽은 <한겨레>에 “미지급 사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다. 에스비에스는 외주사에 이행보증보험을 들라고 했으나, 외주사 쪽에서 ‘해결하겠다’고만 한 뒤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출연료·임금 지급 보증을 받고 계약을 시작해야 했는데, 이 부분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만 밝혔다.

에스비에스의 이런 ‘부실 검증’은 제작비를 전혀 투입하지 않고 콘텐츠를 챙기려는 방송계의 관행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라이앵글 사태에 밝은 한 예능피디는 “보통 자정을 넘기는 심야방송의 경우 방송사들은 <트라이앵글>처럼 제작비를 전혀 안 주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생기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편성이 돼야 협찬금을 당겨올 수 있으니 서로 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방송사들은 특별히 투입되는 비용이 없으니 광고 1~2개만 붙어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별 검증 없이 그냥 편성해준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ㄱ피디는 “이런 식이라면 자본이 잠식된 회사든, 제작 경험이 전무한 회사든 아무나 계약서 한 장만 들고 가서 방송사에 프로그램 만들겠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에스비에스는 비용을 전혀 안 들이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해당 외주사의 부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남지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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