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티엔 노조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에서 긴급 집회를 열었다. 김효실 기자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의 차기 보도국장으로 내정된 노종면 기자가 결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와이티엔 노동조합(노조)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의 최남수 사장 내정자 선임 의결을 막는 등 반대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와이티엔 노조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에서 긴급 집회를 열었다. 전날인 7일 저녁 노조는 최남수 사장 내정자와 5일부터 3일 동안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협상을 결렬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일 회사 쪽이 보도국장으로 내정한 노종면 기자는, 최 내정자 반대 투쟁을 이어가던 노조에 “최 내정자에게 ‘적폐청산’의 의지가 있는지, 그 구체적 방안을 확인하고 선명한 기준과 단단한 제도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
▶관련 기사: ‘[뉴스분석, 왜?]노종면 보도국장 내정? 최남수 검증 이제 시작’) 노조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최 내정자와 협상을 해왔다.
사내 진상조사 기구 마련 등 여러 제도를 논의하던 노조와 최남수 내정자는 인사 부문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구본홍·배석규·조준희 전 사장 체제에서 3년 이상 보직을 맡았던 간부의 보직 임명자격을 잠정 보류하자고 제안했으며, 최 내정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내정자는 취임 후 사내 위원회 조사로 문제 행위가 입증된 간부가 나오면 후속 인사 조처를 취하자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와 노조의 협상이 결렬된 7일 밤, 노종면 기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보도국장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노 기자는 글에서 “보도국만큼은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구의 절박함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이번 ‘담판’의 방해 세력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보도국장직을 기필코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지만 고심 끝에 거부를 결심했다. 부족한 제게 기대를 걸었던 분들께 죄송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또 “고민이 깊고 상황이 복잡할수록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근원적인 모순과 싸울 때”라며, “부적격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노조에 (최 내정자의) 검증을 요구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 싸움의 끝을 보는 것으로 후회를 털겠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최 내정자 반대 투쟁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다.
와이티엔 노조는 “적폐청산의 선명한 기준과 제도 약속은 최남수 내정자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기준은 정하지도 못하고, 제도는 만드는 시늉만 내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고 자인한 셈”이라며, 최 내정자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진수 와이티엔 노조위원장은 8일 사내 집회에서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오는 11일 ‘와이티엔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최 내정자는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11월 5일 와이티엔 이사회의 사장 내정자 지명 이후 계속돼온 사내 갈등을 해소하고 조속한 와이티엔의 정상화와 미래지향적 논의를 위해 노조 측과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일부 안건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점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