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추진비 유용’이 적발된 옛 여권 추천 강규형 <한국방송>(KBS) 이사에게 해임 건의를 위한 사전 통지에 나서기로 했다. 파업이 99일을 맞은 가운데, ‘한국방송 정상화’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11일 한국방송과 방통위 쪽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 방통위는 위원장·상임위원 간 비공개회의를 열고,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 사전 예고 방침을 정했다. 또 방통위는 차기환 이사의 해임 건의 예고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이사는 지난달 감사원 감사에서 업무추진비 사적유용이 적발됐다. 감사에서 강 이사는 327만3300원을 사적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업무추진비를 애견 동호회비 등으로 지출해 논란이 일었다. 방통위가 추가 해임 건의 통지를 검토하는 차 이사는 감사에서 448만7730원의 사적유용이 적발됐다. 그는 태블릿 컴퓨터·휴대폰 구매 등을 한국방송 법인카드로 해 비판을 샀다.
앞서 두 이사의 업무추진비 유용액에 300만원을 넘기에,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에 관한 예규’를 따라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이 규정을 보면, ‘공금횡령(유용)·업무상 배임이 300만원 이상일 경우 징계요구권자는 비위 정도,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돼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한국방송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유용 경중을 따져, 해임·연임 제한 등 인사 조처하라”고 통보했다. 두 이사를 포함해 감사원에 적발된 이사들은 지난 8일까지 업무추진비 문제를 두고 방통위에 소명에 나섰다. 두 이사는 업무추진비 사용 부분을 두고 “직무 관련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 이사는 <한겨레>에 “(업무추진비 유용과 관련해)대면으로 소명하겠다고 방통위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차 이사는 <한겨레>의 해명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이사들의 해임 절차에 나서며, 한국방송 정상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한국방송 파업 사태의 출구를 찾는 조처들이 이번 주 안에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기관인 감사원이 이런 조치를 통보(해임 언급을)했을 때 방통위가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방송 이사회는 옛 여권 추천 이사가 6명, 옛 야권 추천 이사가 5명이다. 강 이사 등 한 명 이상의 옛 여권 추천 이사가 해임되고, 현 여권에서 그 자리에 보궐이사를 선임하면 구도는 재편된다.
한국방송 이사 해임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아있다. 상임위원들이 논의하긴 했지만, 이번 해임 사전 통지는 방통위원장 전결 사항이다. 방통위 차원의 최종 해임 건의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의결이 필요하다. 방송법상 방통위가 한국방송 이사를 해임 건의하면, 대통령이 이를 결정하게 된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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