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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KBS 구성원 547명, 열흘간의 ‘참회’ 마무리

등록 2017-12-15 18:58수정 2017-12-15 23:27

지난 5일 시작된 ‘릴레이 발언’ 마감
시민들 참여와 지지 보내와
KBS 구성원의 ‘참회’ 발언들 쏟아져
15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KBS)본부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일부터 이어가던 릴레이 발언 투쟁을 종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 제공
15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KBS)본부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일부터 이어가던 릴레이 발언 투쟁을 종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 제공
240시간. 지난 5일부터 <한국방송>(KBS) 구성원 547명이 한파 속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멈추지 않고 이어간 릴레이 발언의 기록이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새노조)는 15일 정오 10일동안 이어온 릴레이 발언을 종료했다. 이날 새노조는 기자 회견을 열고 “릴레이 발언은 우리 2200여 조합원들에게도 자기 각성과 함께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면서 “파업에서 반드시 이겨야 함을 다시금 확인하고 한국방송을 어떻게 재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체감 온도 영하 20도의매서운 칼바람도 한국방송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우리 조합원들의 열정과 사기를 꺾지 못했다”면서 “눈과 비는 불에 기름을 붓듯 우리의 열기를 더욱 치솟게 했다. 조합원들의 릴레이 발언은 국내 최장 시간으로 기록돼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2∼3월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해 9일간 이어간 릴레이 발언 기록(192시간 27분)을 이번 ‘이어 말하기’ 기록이 넘어섰다는 게 새노조의 설명이다.

새노조는 릴레이 발언을 종료하며 그간 응원해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새노조의 릴레이 발언은 유튜브로 중계됐는데, 조회 수는 6만회가 넘었고, 댓글도 1만개 이상 달렸다. 새노조는 “시민들은 응원과 함께 때로는 직접 광화문 현장으로 찾아와 핫팩과 음료수를 건네며 우리의 파업과 릴레이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라며 “지난 열흘 동안 시민들이 우리의 릴레이 발언을 유튜브를 통해서 지켜봤다. 시민들이 댓글로 지지와 응원을 보내줬다. 몇몇 시민들과 언론학자 들은 이곳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지지 발언에 참여해 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우리가 릴레이 발언을 마치는 것은 투쟁을 중단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방송을 망쳐온 이사회 체제를 해체하고, 고대영 사장 퇴진의 길을 열 것”이라며 “어떻게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영방송을 다시 세울지 조합원이 모여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합원들이 10일 간 이어간 발언들은 지난 9년 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무기력했던 구성원의 ‘참회의 기록’이었다. 특히 조합원들은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게 한 간부의 지시에 저항하지 못했던 점을 시민에게 사과했다. 아래는 구성원들의 주요 고백과 각오를 정리한 내용이다.

“지난 9년이란 시간 동안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내 세포 하나하나가 관료주의적 조직, 권력만 바라보고 시대와 호흡하지 않는 조직에 너무 완벽히 적응해버렸다.” (조영중 피디)

"이 자리가 고해성사의 자리 같다. 고해성사를 출발할 때 성찰부터 하지 않나. 어디서부터 죄가 생겨났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는다. (이 고해성사를 통해) 또 다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태경 피디)

“지난해 1월 입사한 막내 피디다. 첫 출근하며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가고 있었다. 기사님이 한국방송을 다니느냐고 묻더라. 처음 출근하는 신입사원이라고 답했다. 기사님이 ‘왜 거기에 들어갔느냐.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왜곡) 보도하는 회사를 무엇 때문에 들어갔느냐’고 하셨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김영경 피디)

“세월호 사고가 있었을 때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이 아쉽다. 정말 죄송하다.”(이기문 기자)

“한국방송은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대한민국이 곪아 터졌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사건이었는지, 통찰이 없었다. 애들이 갇혀 있는데…”(류종훈 피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를 취재 해야 할 때 ‘최순실씨가 누구냐. 실세냐? 아닌 거 같은데’라고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말했다고 들었다. 만약 최순실씨가 권력에 연관된 사람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었다면 (한국방송이) 취재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더 나은 방송이 되어야 한다.”(박대기 기자)

“지난 수년간 한국방송 뉴스 주인공은 김정은이었다. 한국방송인지 조선중앙방송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뉴스를 많이 했다. 한국방송 뉴스 관련 고위 간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기계적 중립과 기계적 균형이다. 그들은 기계인가보다. 그들이 말하는 기계적 균형은 권력과 자본에 가중치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 사회 권력과 자본 총량을 보유한 상위 5% 쪽으로 쏠려 있다.”(이광용 아나운서)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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