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11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방송>(KBS)이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회사 안팎의 “방송 정상화” 요구에 대응하는 소송에 수천만원을 쓴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경영진 비호만을 위해 불필요한 법률비용을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방송으로부터 제출받은 ‘고대영 사장 취임(2015년 11월) 이후 소송내역’을 보면, “방송 정상화”요구를 상대로 한 고소·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회사가 외부 법무법인에 최소 44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한국방송은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을 선정해 발표한 전국언론노조를 상대로 고소전에 나섰다. 올해 4월과 7월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해 언론노조를 고소하는 데 착수금 900만원을 썼다.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부역자’ 명단에는 한국방송 전·현직 사장 등 간부들이 포함됐다.
지난 9월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강규형 한국방송 이사(옛 여권 추천)를 상대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 일에도 회사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방송은 이 사건에 관계된 노조원들을 고소하며 로펌을 선임했다. 착수금으로는 2000만원을 지급했다.
고 사장 쪽은 지난 9월 말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고 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발표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이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는 착수금으로 700만원을 썼다. 이어 한국방송은 고 사장의 차량 앞에서 면담을 요청한 일, 파업 현수막·스티커를 사내 시설물에 부착한 일이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 재물손괴 혐의에 해당한다며 새노조를 고소했다. 두 건의 소송에서도 외부 변호인단에 각각 400만원씩 총 800만원을 지급했다.
이외에도 한국방송은 경영진을 향한 회사 안팎의 문제 제기 네 건을 두고 사내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 소송을 낸 상황이다. 박홍근 의원은 “공영방송에서 경영진 비호만을 위해 회사의 인력을 활용하고 법률비용을 지출해서는 안 된다”며 “추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쪽은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법무실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회사와 법률 분쟁을 벌이는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회사가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은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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