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가 발생한 <화유기> 촬영장의 28일 모습. 무너진 천장 부분만 보수돼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추락사고가 발생한 드라마 <화유기>(티브이엔·tvN) 촬영 현장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제작 책임자들이 사고 이후에도 안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촬영을 이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화유기> 촬영장을 찾아 현장조사를 한 전국언론노조는 “추락사고 이후에도 현장이 안전 대책이 없고, 낙상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새벽 <화유기> 세트장에서 소품 담당 제작진은 샹들리에를 매달기 위한 작업을 하다 천장이 무너지며 3m 높이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추락사고를 당한 이는 <문화방송>(MBC)아트 소속 노동자다. 문화방송아트는 티브이엔을 운영하는 씨제이이앤엠(CJ E&;M) 계열사이자 <화유기>제작사인 제이에스픽처스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 미술제작 작업을 해왔다.
언론노조는 “조사 및 면담 결과, 제작사 측이 사고 발생 후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무너져 내린 세트장 천장 부분만 보수됐을 뿐,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다. 또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도 어둡고 비좁은 것으로 나타난다. 촬영장 바닥에 각종 케이블과 목재 및 페인트 등 인화물질이 방치 돼 있다. 세트장 재설치나 전면 보강 없이 사고현장을 ‘땜질’한 뒤 드라마 촬영을 이어가는 셈이다. 언론노조는 이를 두고 “낙상 사고나 화재로부터 매우 취약한 구조다. 언제든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화유기> 촬영장은 어둡고 비좁은 통로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28일부터 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은 제작사에 △세트 천장 위로 올라가는 작업 중지 △안전하지 않은 목재 사다리 사용 금지△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노력△용역계약서상 업무의 범위와 책임, 이행 주체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안전 진단을 완료하고 구체적인 보완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사고현장 세트장 작업은 중지해야 한다”며 “고용부가 이번 기회에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언론노조는 씨제이이앤엠 쪽에도 작업 중지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논의를 위한 면담을 공식 요청한 상황이다. 아울러 내주 낙상사고 책임이 있는 제이에스픽쳐스와 세트장 설치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28일 근로감독관과 제작 관계자들이 붕괴했던 <화유기>세트장의 천장을 살펴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세트장 설치업체 쪽은 <한겨레>에 “고용부 조사를 성실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화유기> 세트장 관리를 맡은 미술감독은 <한겨레> 통화·문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티브이엔은 입장을 내어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 추가 제작 촬영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적인 세트 안전점검을 통해서 촬영 환경과 스태프들의 작업 여건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티브이엔은 방송사고 논란으로 31일(일) 방송 예정이던 <화유기> 4화 방영을 연기한 데 이어, 촬영장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30일(토)에 방송하려던 3화 편성도 최소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