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이 화장실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연합뉴스〉 누리집에 여전히 올라와 있다.
북한 응원단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화장실 안에서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도해 비판을 받은 〈연합뉴스〉가 ‘사진을 삭제했다’는 해명과 달리 여전히 대부분의 응원단 사진을 누리집에 게재하고 있어 논란이다.
7일
연합뉴스는 북한 응원단이 휴게실 화장실 안에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누리집에 올렸다. 묵호항에서 강릉 공연장에서 이동하던 중에 잠시 들린 휴게소 화장실 안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해당 사진이 알려지자 “기자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되냐”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음적 정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도쿄 지국장인 안나 파이필드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역겹다. 이러니까 ‘기레기’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는 곧장 해명에 나섰다. 응원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스케치’한 사진이라는 설명이었다.
″여성 기자가 찍은 것인데 (설명을 들어보니 ) 화장실 안에서 응원단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고 , 그렇다 보니
‘시민 스케치 ’를 한다는 생각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 같다 . 문제가 있는 사진이라 내부에서 삭제했다 .”
-〈미디어오늘 〉, 2018년 2월 7일
하지만 ‘내부에서 삭제했다’는 사진은 화장실 안에서 찍은 해당 사진 뿐이었다. 8일 오전까지도 연합뉴스 누리집에서는 북한응원단이 화장실에 가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화장실 입구에서 촬영했지만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진이나, 화장실 안쪽 파우더룸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7일자 사진.
연합뉴스 사진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화장실 내부에서 찍어 문제가 된 사진들은 전부 삭제했다. 그 외 ‘북 응원단, 줄서서 이동’이라고 제목 지은 사진들은 북한 응원단이 보안상의 목적 등으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갈 때도 줄을 지어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며 “밖에서 찍어 화장실 안의 부스가 보이는 사진(위)은 해당 기자에게 확인해 내부가 맞다면 조처하겠다. 앞서 걸러낼 때는 내부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는 앞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방문에서 드러났던 한국 언론의 관음증적 시선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 단장의 방한을 다룰 때 ‘미모로 시선강탈’ ‘모피 두르고 존재감 드러낸 현송월’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
여성신문〉은 “현 단장이 남한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외모에 대한 관심과 평가를 쏟아냈다”며 “(현송월 단장 방문은) 한국사회의 관음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회담 상대방(현송월 단장)에 대한 결례를 넘어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괜찮은 것일까?”라며 “이후에 방문할 예술단과 응원단 여성들에 대한 외모 품평은 어느 정도일지 소름이 돋는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