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활발하게 이어지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정보 유통을 엄중히 제재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14일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 게시글·영상물에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 상황에 대한 자극적 재연·묘사 △인적사항 공개를 통한 인권 침해 △성범죄 희화화 등이 발생할 경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정보통신심의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신속하고 엄중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 사업자들이 성폭력 ‘2차 피해’를 야기했을 때 규정에 따라 법정제재·행정지도 등을 검토할 것이다. 성범죄 보도에 악의적 댓글을 다는 등 인터넷 부문에서도 피해 신고가 있으면 신속히 게시물 삭제 조처에 나설 것”이라며 “심의 담당 부서가 ‘2차 피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심위는 이번 조치가 최근 성범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또 “‘미투’와 관련한 방송도 자극적·선정적 보도로 인한 피해자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송 제작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방심위는 “명예훼손성 정보 삭제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 의사 확인이 필요하므로, 신속한 심의와 권리구제를 위해 피해자나 대리인이 위원회에 직접 심의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사건과 무관한 가해자 가족의 인권 침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방심위 심의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사업자(방송사·인터넷 기업 등) 자율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 게시물의 ‘2차 가해’로 피해를 겪은 이는 방심위 누리집(http://www.kocsc.or.kr)이나 인터넷피해구제센터 누리집(http://remedy.kocsc.or.kr)을 통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또 국번 없이 ‘1377’로 전화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