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진실이거나 진실이라 믿을만”… 동아일보 패소
<한겨레>의 2001년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 보도와 관련해 동아일보사가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보도 내용이 모두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훈)는 29일 일부 만평과 사설에 대해 3천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1심 판결도 깨고 동아일보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며,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조선일보사도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 보도에 대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소송 도중 취하한 바 있어, 이 시리즈를 둘러싼 소송의 사실심은 모두 종결됐다.
재판부는 1975년 동아일보 기자 대량해직 사태 당시 동아일보 경영진이 정권의 광고탄압에 대해 적극적으로 싸울 의지가 부족했고, 경영개선이란 명분 아래 기자들을 집단해고했다는 보도에 대해 “일련의 해고과정과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김상만 당시 사장은 유신정권의 광고탄압에 적극적으로 싸울 의지가 부족했고, 나아가 기자들을 대량해고한 것은 단순한 사내분규 이상의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며 “주요 보도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동아일보사와 사주들의 친일행적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도 “김성수의 친일 논설은 김성수 자신의 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동아일보사의 당시 사주 및 경영진 등이 친일 논설을 자주 싣는 등 친일 행각을 일삼은 사실이 있다는 보도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진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역 구간이 동아일보사옥 때문에 급곡선으로 건설됐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동아일보사의 반대가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동아일보사옥 때문에 세종로 시민광장 조성 계획이 무산됐다’는 보도도 “주요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겨레>는 2001년 3월6일부터 4월27일까지 ‘심층해부 언론권력’이란 제목 아래 동아일보사와 사주 등 족벌언론들의 언론권력적 행태를 파헤치는 시리즈 기사를 실었으며, 동아일보사는 “허위 사실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동아일보사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대부분의 청구가 기각되자 항소했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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