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청부심의'가 권혁부 전 부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3일 <미디어오늘>은 방심위 감사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감사자료에는 지난달 차명으로 ‘셀프 민원’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파면된 김 아무개 전 방송심의기획 팀장과 권 전 부위원장이 지난달 나눈 통화 내용이 담겼다. 이 통화는 방심위 감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된 녹취를 들어보면, 김 전 팀장이 전화로 “부위원장님께서 저한테 지시하셔서 민원을 제가 넣고 심의를 했다”고 하자 권 전 부위원장은 “견제를 했지”라고 시인했다. 또 김 전 팀장이 “문제 있는 방송 있으면 옛날처럼 저한테 언제든지 전화하시든가 뭐 문자 보내시든가 하면”, “예전에는 부위원장님께서 저한테 얘기하셔서 유성기업이나 송두율이나 다이빙벨이나 <시비에스>(CBS) 김미화 이런 거 제가 민원을 넣고” 등 내용에 권 전 부위원장은 시인했다. 권 전 부위원장이 “(민원)또 시키지 누구” 등 발언한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 그가 △유성기업 파업 보도△2012년 <시비에스>(CBS) ‘김미화의 여러분’ △2014년 <제이티비시>(JTBC) 다이빙벨 보도 등 심의에 부당 관여한 정황이 녹취에 언급됐다.
또 이날 보도는 권 전 부위원장이 국정원 ‘청부심의’를 수행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제이티비시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에는 "국정원에서 제보가 왔는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사람을 동원해 `민원' 글을 쓰도록 했다"는 내용이 방심위 간부의 언급으로 적혀있었다. 미디어오늘은 이 발언을 한 간부가 권 전 위원장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부위원장은 <한겨레>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권 전 부위원장은 2011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방심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한국방송>(KBS) 기자 출신인 그는 방심위 활동을 하기 전 한국방송 이사를 지냈다. 한국방송 이사 재직 시절에는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해임제청에 관여하기도 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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