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 임명을 재가했다. 창사 이래 최장기 파업이 벌어질 만큼 갈등이 깊었던 한국방송이 이제 양승동 사장 체제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새 경영진이 산적한 ‘한국방송 정상화’ 과제의 실마리를 풀지 주목된다.
<케이비에스(KBS)스페셜>, <인물현대사>, <세계는 지금>, <추적60분> 등을 제작한 피디였던 양 사장은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23일까지 한국방송을 이끌게 된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10년간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에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대로 한국방송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구성원들은 ‘공정방송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방송은 숱한 보도 공정성 침해 논란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의 ‘보도 개입’ 논란이 불거진데다, 사드 배치 논란 등에 대한 ‘보도지침’이 존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0년엔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추적60분>이 방송 보류된 일도 있었다. 박종훈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새 사장은 보도·제작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방송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보도를 견제할 수 있는 편성위원회·보도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 ‘공정 방송’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보도·제작 부문 국장 임명 동의제 도입 △편성위원회 정상화 △탐사보도 강화 등을 통해 보도·제작 부문 정상화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탐사보도팀을 이끌었던 김의철 기자를 보도본부장에 선임하고, 제작 자율성 투쟁에 나섰던 김덕재 피디를 제작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공정 방송 회복’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과 전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밝히는 일도 새 경영진이 당면한 과제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은 2010년 한국방송 일부 구성원에 ‘좌편향’ 낙인을 찍고, 노조에 참여한 인물을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지침을 세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또 2008년부터 △공정방송 투쟁 참여△회사의 부당지시에 항의 등의 이유로 수십명에 이르는 구성원이 부당하게 징계를 받았다. 양 사장 역시 정권의 방송장악 문제를 비판하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이끌다가 2009년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그동안 벌어진 불공정한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건) 책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부당하게 징계받았던 사람들은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한국방송 정상화 위원회'를 설치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의 ‘갑질’ 문제 개선도 새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외주사에 과도한 협찬 요구 △외주 프로그램 제작비 일방 삭감 △비정규직·외주제작 방송 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방송사들의 ‘갑질’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문화방송>(MBC)은 이 문제 해결 뜻을 담은 ‘콘텐츠 상생 협력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류지열 한국방송 피디협회장은 “(새 사장 체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를 통해 외주사를 선정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외주사에도 차별 없는 제작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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