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중앙일간지 기사 2700여건…‘성과’ 치중, ‘윤리’ 소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 문화방송 <피디수첩> 보도를 놓고 국익과 진실보도 논란을 거치면서 광고취소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디수첩>이 누리꾼들한테 융단폭격과 같은 비난을 사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언론의 보도관행도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 황 교수팀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성과 위주로만 보도해 황 교수팀을 성역으로 만들어 놓았고, 때문에 이를 비판한 <피디수첩> 보도가 누리꾼들에게 ‘황 교수 흠집내기’를 넘어 ‘황 교수 죽이기’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들의 황 교수 보도는 어땠을까. 언론재단 전문검색사이트 ‘카인즈’에서 지난 1년(2004년 11월29일~2005년 11월29일) 동안 서울 종합일간지가 다룬 황 교수팀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모두 2741건으로 나타났다.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결별을 선언한 이달 12일 이전에 쓴 꼭지는 2054건으로 집계됐는데, 섀튼 선언 뒤 17일 만에 700여건의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지난 1년간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윤리 문제를 다룬 꼭지는 1025건이었다. 하지만 섀튼 결별 전 윤리문제를 다룬 것은 514건에 그쳤다. 그동안 윤리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신문들이 20일이 채 안돼 500여개 꼭지를 쏟아냈다.
새튼 결별 전에 다룬 윤리문제도 대부분 황 교수팀 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민주노동당이 난자 불법 거래와 관련한 국감자료 요청에 대해 황 교수가 “민노당 때문에 연구를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황 교수팀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철저히 봉쇄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5월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가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를 단신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영 네이처지, 황우석 죽이기 공세’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처>의 보도는 사실임이 밝혀졌다. 지난해 5월 한국생명윤리학회가 황 교수팀의 난자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했을 때도 상당수 언론들은 지면에 반영하지 않는 등 철저히 무시했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방송 3사가 지난 1년 황 교수팀을 다룬 보도는 256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윤리문제를 다룬 보도는 92건으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은 윤리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이 아닌 단신 또는 간접 보도에 그쳤다. 윤리문제를 직접 다룬 보도는 10개도 안됐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그동안 언론은 성과 위주의 결과만을 보여줬고 이런 언론 보도만 접한 국민들과 누리꾼들이 황 교수를 비판한 <피디수첩>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과학기사에 대한 언론들의 무지와 비판의식 결여가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그동안 언론은 성과 위주의 결과만을 보여줬고 이런 언론 보도만 접한 국민들과 누리꾼들이 황 교수를 비판한 <피디수첩>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과학기사에 대한 언론들의 무지와 비판의식 결여가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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