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먹방’ 배경으로 세월호 참사 뉴스 화면을 삽입해 논란이 일었던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에서 최고 법정제재인 과징금 조처를 받았다.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질 경우 지상파 방송사가 과징금 처분을 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된다.
방심위는 17일 소위를 열어 문화방송의 전참시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전원 합의로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소위는 <전참시> 연출진들이 ‘어묵 먹방’을 내보내면서 과거 세월호 참사 관련 화면을 편집해 방송한 것은 세월호 가족들을 조롱·희화화한 것으로 방송사의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방송심의 규정에서 명예훼손, 윤리, 품격유지 항목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최종의결은 앞으로 9명으로 구성된 전체회의에서 이뤄지지만, 소위에서 5명 전원이 합의한 경우엔 소위 건의를 따르는 게 통상적이다. 과징금 처분은 방송 프로그램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목적으로 2006년에 도입된 것으로 그동안 케이블·홈쇼핑방송 등에서 44건이 의결됐다. 과징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10점이 감점되는 최고 수위의 법정제재로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반영된다. 과징금 액수는 5천만원 이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화방송은 <전참시>의 세월호 영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사내외 인사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한 결과 ‘제작진의 고의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16일 제작진 징계를 요청했다.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뒤 최승호 사장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조사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엠비시의 제작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며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의가 없다’는 조사위의 발표와 최 사장의 해명 이후 시청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되레 후폭풍이 더 커졌다.
이날 소위에서 <전참시> 제작진은 시간에 쫓기는 시스템에서 이런 사고가 생겼다고 진술했다. 허미숙 방송소위원장이 “조사결과를 보고 국민적 충격이 해소되었다고 보느냐”고 묻자 권석 문화방송 예능본부장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조사를 위해 외부인사를 모시고 조사를 했으나 결과에 대해선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자료의 적절성을 두고 내부에서 이의제기가 없었던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국민적 비극에 대해 방송인으로서의 감수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정주 위원은 “오락프로그램도 시대와 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 아직도 국민들은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 눈물을 흘리는데 세월호를 단순히 그림, 방송의 도구로만 이해하는 것이 너무 놀랍다”고 비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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