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제출설 떠돌고 일부선 “물러나야”
“사퇴반대”우세…15일 입장 밝힐듯
“사퇴반대”우세…15일 입장 밝힐듯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로 촉발된 논란이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취재 윤리 문제로 옮겨오더니,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의 거취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문화방송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최 사장을 불러 현황 설명을 들었다. 이날 방문진 쪽은 “최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으나 한 방송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들이 3시간 남짓 동안 최 사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격한 갑론을박을 벌였다”며 “최 사장이 사의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방문진 긴급 이사회가 열린 5일 문화방송 주변에선 하루종일 최 사장의 사표 제출설이 신빙성 있게 떠돌았다. 문화방송 보도국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최 사장이 사표를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만약 피디수첩의 윤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문화방송은 국민 앞에 더는 나설 수가 없게 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보도국 기자도 “최 사장 취임 이후 대국민 사과를 7차례나 한 상황에서 (최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서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 사장이 취임 뒤 경영이나 프로그램 경쟁력 높이기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데 대한 일부 구성원들의 불만 고조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비중 있게 나오고 있다. 불과 아홉 달의 재임 기간을 놓고 경영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며, 특히 이번 피디수첩 사안은 ‘구치백 사건’, ‘상주 참사 사건’ 등과 달리 봐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본질은 제쳐놓고 취재 윤리 위반 문제만으로 사장 자리를 내놓는 것은 문화방송 안팎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예능국의 한 피디는 “‘구치백 사건’ 등과는 차원이 다른 이번 사안을 놓고 정치적인 공세에 몰려 사표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문화방송의 앞날에도 부정적이므로 최대한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9개월은 경영 성과를 보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경영본부의 한 직원도 “피디수첩 취재 윤리에 큰 문제가 있지만, 그 내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이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노조 등을 중심으로 최승호 피디수첩 책임프로듀서(CP)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는 쪽으로 정리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문화방송 한 관계자는 “최 시피가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일 최 시피와 한학수 피디가 대기발령을 받은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 시피는 7일 최 사장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하고 유보된 방송분의 조속한 보도를 건의할 계획이다. 최 사장이 이 건의를 받아 방송 결정을 내리는 정면승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오는 15일 열릴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최 사장이 사표를 낼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도 있다. 평소 최 사장의 성품으로 비춰 볼 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한 간부는 “방문진 긴급 이사회에 다녀온 6일 최 사장이 늦은 밤까지 회사에 남아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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