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6월29일 <일간스포츠> 인수설과 인력감축에 대한 중앙일보사의 해명을 요구하며 중앙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 언론노조 제공
중앙 “경영권 관심없다” 불구 실질 지배할 듯
인력 해고 등 잇단 파행을 겪던 <일간스포츠>가 오랜 예상대로 <중앙일보>에게 최대주주를 넘겼다. 그러나 <중앙>은 당분간 직접 경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중호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어온 <일간스포츠> 노조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 지난 6일 코스닥 시장에서 <일간스포츠>의 1652만주(약 152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천만주(92억원)의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보유지분율이 종전의 11.46%에서 24.78%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종전 최대주주였던 장중호 대표이사는 467만여주(43억원)를 사들여 지분율이 13.64%에서 16.92%(관계인 지분 포함)로 높아졌으나, 2대 주주로 내려섰다. ‘일간스포츠’ 기자 중앙계열 ‘제스’ 로 파견 예고
노조쪽 고용승계·단협유지·해고자 북직 등 요구 이용현 <일간스포츠> 경영전략부장은 “이번 증자는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건전한 회사로 자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증자에 참여한 장중호 대표이사는 12월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선출돼 계속 경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일간스포츠>는 앞으로 <중앙일보>의 연예·스포츠 뉴스 생산업체인 제스(JES)와 협력해 나갈 것이며, <일간스포츠>의 취재 인력 5~6명을 제스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장은 그동안 노조와 갈등을 빚어온 원인인 대량 해고와 관련해 “앞으로 더 인력 감축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라면서도 “노조나 조합원들이 제스 파견 등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추가 해고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지난 7월 해고된 조합원 22명의 복직 검토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대주주가 된 <중앙>의 길정우 전략기획팀 이사는 “<중앙>이 최대주주가 됐을 뿐이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계획은 없다”며 “증자 참여 금액의 대부분은 <일간스포츠>에 대한 채권을 해소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길 이사는 <중앙>이 <일간스포츠>의 사전 구조조정을 등 뒤에서 지휘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말은 사실이 아니며, 다만 경영진이 회사문제를 문의할 경우 2대주주로서 조언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준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일간스포츠> 지부장은 “<중앙>이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며, 실질적인 지배권은 중앙에 넘어갔다”며 △고용 승계 △단협 유지 △해고된 22명 조합원 복직 등을 계속 요구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고된 김후영 <일간스포츠> 전 노조위원장도 “노조원을 제스에 파견할 경우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하며, 해고자 복직 문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중앙>의 최대주주 올라섬은 ‘언론 대재벌 되기’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희 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은 “이미 제스를 가진 <중앙>이 <일간스포츠>를 인수할 이유는 없다”며 “기존 매체를 흡수함으로써 경쟁자를 줄이고 최대 언론재벌로 성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일보는 인터넷·출판·교육문화·마케팅·방송 분야에 30여개 자회사·관련회사를, 신문·잡지·방송·인터넷 분야에 24개 매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차진용 <중앙> 전략기획팀장은 “이미 <일간스포츠>가 <조인스닷컴>에 연예·스포츠 뉴스를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중앙>으로서는 안정적으로 뉴스를 공급받을 필요가 있었다”며 증자 참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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