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 등에 대해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독자와 시청자들은 기자 개인의 이데올로기와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이 편파적인 뉴스를 만들어낸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널리즘 학자들은 편파적인 뉴스 생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다양하고 변인 간 영향력의 상대적 크기를 측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예단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기사에서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언급된 내용, 취재원과 인용된 발언, 취재원의 발언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한 술어 등을 분석하여 정치적 사안을 묘사한 뉴스들이 누구의 편을 드는지 평가하곤 한다. 그런데 이 접근법으로는 기자와 편집자들이 어떤 의도와 동기에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작성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러한 한계를 감안할 때 뉴스사회학자 엔트만(2007)이 제안한 수학적 이론 모델은 편파적인 뉴스 생산에 개입하는 변인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엔트만은 의미의 차원을 기준으로 삼아 편견의 유형을 왜곡 편견(의도를 갖고 현실을 왜곡), 내용 편견(갈등의 당사자들의 입장을 균형있게 다루지 않고 특정 입장 편들기), 의사결정 편견(편향된 내용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기자의 동기 및 사고방식)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세 가지 편견이 함께 작용해 편파적인 뉴스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그의 수학적 모델에 포함된 변인들은 지각된 사실, 정당의 뉴스 관리 능력, 언론사의 이슈 평가, 경쟁적인 뉴스 시장, 언론인의 정치적 성향, 언론의 주목을 받을 사건의 발생, 예측할 수 없지만 기사의 논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등인데 대개가 내용분석 연구방법으로 측정할 수 없다.
필명 ‘드루킹’의 불법 댓글 조작사건이 불거지고 특검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보도된 뉴스들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엔트만의 모델을 적용해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검증할 수 있다. 먼저, 지각된 사실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정당, 포털, 언론)은 자기들에게 호의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가령, 언론의 경우 특검 출범 이전에는 포털이 댓글 조작을 방치했다며 포털의 책임론을 제기(언론사의 이슈 평가)하고 뉴스 연결방식을 아웃링크로 변경(경쟁적인 뉴스 시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는 드루킹, 김경수, 청와대, 댓글조작, 불법 정치자금, 진상규명을 주로 거론(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빅데이터 분석)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강조(세 가지 편견의 개입)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집권여당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뉴스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등장한 취재원(정당의 뉴스 관리 능력)이었다. 언론이 고의적으로 현실을 왜곡하여 야당 편을 들었다는 세간의 평가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포털의 댓글 정책과 감시 미흡이 댓글 조작을 방치한 원인이고(원인 진단), 정당이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댓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게 보편적인 선거캠페인 관행이므로(연관된 정치행위체)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책임을 져야 한다(책임 소재). 결과적으로 언론은 네이버의 댓글 정책 변경 외에는 인터넷 공론장에서 여론의 왜곡을 방지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모든 매체들이 왜곡 편견, 내용 편견, 의사결정 편견에 갇혀 언론의 민주주의적 기능을 스스로 방기한 셈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