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1인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모두가 동영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 시장에 일었던 거대한 신화 중 하나는 10~20대들은 글보다 영상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 소문에 부채질을 했다. ‘다음은 동영상이다!’라고 모두가 외쳤다. ‘비디오 퍼스트'라는 말은 미디어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입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몇몇 스타트업들은 성공을 거두었다. 전통적인 미디어 중에서도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일정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확실히 동영상은 새로운 시대의 콘텐츠다. 이제 구글로 유명인의 인터뷰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동영상 인터뷰다. 그런데 이건 나 같은 세대에게는 꽤 답답한 일이다. 동영상은 내가 원하는 정보만 쏙쏙 취합할 수 있는 글과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분이고 기다리며 내가 필요한 정보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정말로 10~20대들은 글보다 동영상을 더 익숙하고 편안하게 여기는 것일까? 미래의 잠재적 독자들을 위해서는 글을 버리고 동영상으로 재빨리 이동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모래 위에 거대한 집을 서둘러 짓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기 증거가 하나 있다. 페이스북이 또 거짓말을 했다. 이번에는 영상 평균 시청 시간을 실제보다 최대 9배까지 부풀려 광고단가를 높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몇몇 미국 광고업체들은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년간 이용자들의 평균 동영상 시청시간을 허위로 표시했다.
간단하게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페이스북은 ‘동영상이 대세!’라고 외쳤다. 페이스북이 ‘라이브' 기능을 추가하자 미디어 기업들과 광고 업계는 어떤 신세계가 열렸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기업들은 과감하게 뉴스룸을 재편했다. 전통적인 기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동영상 인력을 대거 고용했다. 몇 년이 지나자 페이스북의 선언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조직개편과 대량 투자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외치는 것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자 많은 미디어 기업들은 또다시 영상팀을 대량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
미디어 기업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거대 플랫폼들의 수사에 흔들린다. 많은 시장 조사에 따르면 10~20대가 글보다 동영상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들은 ‘비디오 퍼스트'에 의문을 표하는 조사가 나오면 그걸 무시하고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여는 양 플랫폼들의 손바닥 안에서 달려간다. 지금은 모두가 페이스북 대신 유튜브로 달려가고 있다. 정말로 미디어의 미래는 유튜브에 있는 걸까? 혹시 이 동영상 단거리 질주 시대의 최후의 승자는 끝까지 한 줌 존엄을 지키려 하는 미디어 기업들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홍카콜라'(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하는 유튜브 1인방송)인인 것은 아닐까? 그러니 언론이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은 모두 홍카콜라가 될 준비가 되었습니까?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