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의 이름은 미디어 전망대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 번 정도 본격 미디어 전망을 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잡지사로부터 경력을 시작했다. 주간 영화잡지다. 그것은 영화 미디어라고 불렸다. 그리고는 남성지로 옮겼다. 그것은 패션 미디어라고 불렸다. 어느날 전화를 받았다. “허프포스트에서 일해봅시다" 나는 물었다. “허프포스트가 뭐에요?”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에서 시작된 뉴미디어에요" 뉴미디어라. 나는 무엇보다도 ‘뉴'라는 단어에 꽂혔다. 뉴는 새롭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에 끌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번 짚고 넘어 가보자. 뉴미디어란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뉴미디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전달 매체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전화 등의 기존 대중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매체”다. 지식백과의 이 정의도 이제는 좀 낡은 의미로 들린다. 허프포스트는 뉴미디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것이 뉴미디어인가? 이미 허프포스트와 비슷한 인터넷 미디어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등록된 한국의 정기간행물은 모두 1만9504개다. 그 중에서 인터넷 미디어는 모두 7151개다. 가장 많다. 그에 따르자면 허프포스트도 뉴미디어가 아니라 주류 미디어일 따름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뉴미디어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저기서 뉴미디어 콘퍼런스는 계속된다. 멋진 경력을 보유한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뉴미디어를 각자 정의하고, 뉴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독자와 소통하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의 모든 미디어는 어느 정도는 뉴미디어다. 디지털 부서를 만들고 소셜미디어로 독자와 소통하는 미디어는 모두 뉴미디어라고 불려도 좋을지 모른다. 조선일보도 중앙일보도 한겨레신문도 경향신문도 뉴미디어다. 스브스 뉴스를 지닌 에스비에스(SBS)도 뉴미디어다. 유튜브로 컨텐츠를 실시간 중계하는 제이티비시(JTBC)도 뉴미디어다.
모든 미디어가 사실상의 뉴미디어가 되면서 미디어 생태계는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자본을 가진 거대 미디어들을 스타트업 뉴미디어들이 따라가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기존 미디어들은 뉴미디어가 내놓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력한 자본과 인력의 힘으로 쏙쏙 빼간 뒤 자신들의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그것과 대항해서 싸울 만한 뉴미디어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많은 스타트업 뉴미디어들은 근사한 ‘엑시트'를 꿈꾸고 있을 수도 있다. 리디북스가 아이티(IT) 전문 뉴미디어인 <아웃스탠딩>을 인수했듯이 말이다.
이 글을 쓰다가 페이스북에 ‘뉴미디어의 미래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썼더니 또 다른 뉴미디어 종사자가 댓글로 이런 대화를 남겼다. “눈을 감아봐” “응” “이제 뭐가 보여?” “아무 것도 안 보여” “그게 뉴미디어의 미래야” 나는 깔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그 대화야말로 뉴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는 전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모든 미디어는 뉴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뉴미디어라는 단어에서 ‘뉴’가 빠지는 날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