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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엘리트 취재원만 다루면 ‘언론사 패싱’은 당연하다

등록 2018-12-25 15:18수정 2018-12-26 10:06

미디어 전망대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3만명의 ‘노란조끼’ 시위대가 공화정의 상징인 마리안느 동상을 불태우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UPI-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3만명의 ‘노란조끼’ 시위대가 공화정의 상징인 마리안느 동상을 불태우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UPI-연합뉴스
하버드대학 니먼연구소는 매년 학자와 현장전문가들에게 새해의 저널리즘에 대해 질문하고 이들의 답변을 사이트에 게재한다.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할 공적 기관이라고 인식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 예측에 주목할 만하다.

먼저, 언론의 매개자 역할이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제도적 기관과 시민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 스쿨 파블로 보츠카우스키 교수는 출입처가 배포한 자료와 검증에 필요한 사실들을 이성적이고 절제된 표현으로 묘사하는 뉴스생산 관행을 유지한다면 언론이 더 이상 매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전통적인 권력 지형을 바꾼 미투 운동이나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를 예로 들며 자발적 시위 참가자들이 소셜미디어 기반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 알렸다는 데 주목했다. 기존 뉴스가 엘리트 취재원의 해석과 평가에만 주목하니 이들에게 ‘언론사 패싱’은 당연하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쪽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언론학자와 기자들이 질적 수준, 윤리, 신뢰의 측면에서 저널리즘의 위기를 논하지만 실제 위기의 핵심은 뉴스 자체가 죽어간다는 데 있다는 도발적 문제제기이다. 엠아이티 미디어연구소 연구원 호세인 데락샨은 언론사가 아닌 뉴스제작자가 생산한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 즉 정치인의 트윗이나 포스팅, 경찰과 정부부처 발표 기사가 지배하는 뉴스 환경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부추긴다며 호흡이 긴 논픽션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뉴스 형식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셋째, 특정한 가치와 목적을 공유한 공동체 저널리즘, 이른바 ‘부족 저널리즘’(tribal journalism)이 활성화된다는 예측은 시의적이다. 뮌헨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토마스 하니치 박사는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가 그의 책 <부족의 시대>에서 예언한 바와 같이 정치, 문화, 스포츠, 젠더, 종교와 같은 관심사에 따라 소집단들이 형성되고 이들이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사회적 경향이 강화된다면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는 저널리즘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쩌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정파적 뉴스 생산이 구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언론인 평판 구축으로 이어지면서 부족 저널리즘은 이미 정치 저널리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셈이다. 부족 저널리즘은 뉴스의 개념 및 저널리즘의 규범적 가치,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통, 선택적 노출에 따른 개인의 정치 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차원의 정치 양극화 등 다양한 저널리즘 이슈를 만들어낸다.

두 가지 예측은 저널리즘이 민의가 반영되는 사회체제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에, 마지막은 광고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에 기초한다. 언론은 시민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뉴스 형식을 채택하고, 시민들은 독자의 의견을 중시하는 언론이 구독과 후원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한 그런 저널리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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